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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Nov 23. 2017

얼마 안 남은 아주 작은 빛을 잡기 위해

가와세 나오미, <빛나는>


  배리어프리 영화의 음성해설이라는 낯선 분야를 다루는 영화다. 그 과정에는 영화의 주 관객층인 시각장애인의 모니터링 과 피드백이 포함된다. 평소 혼자 있을 때에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말로 내뱉을 정도로 이 일에 열성적인 미사코(미사키 아야메)는 다소 가혹한 피드백을 듣는다. 유명한 사진작가였던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의 평은 직설적이고 까다롭지만 어딘가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나카모리가 부담스럽고 불편했던 미사코는 어떤 계기로 그의 삶을 엿보게 된다. 영화는 미사코가 한 영화의 음성해설 대본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시력을 잃고 소중한 것을 손에서 놓는 나카모리의 시간을 병치하면서 흘러간다.


 <빛나는>은 주요 소재 만큼 독특한 연출기법을 활용한다.


 특징1. 얼굴의 클로즈업을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활용한다.

 특징2. 중요한 부분에서 카메라를 엉뚱한 곳에 비추고 흐릿하게 연출한다.


 영화는 시각을 잃어버린 삶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주인공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진지하게 묻는다. 카메라의 시선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나카모리의 시각과 비슷하다. 매우 가까운 대상만을 볼 수 있고 그 이외의 것은 전부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시각은 답답하지만 그 답답함을 전달하는게 이 영화의 목적이다. 대표적인 시각 매체인 영화를 통해 시각장애에 대한 체험을 유도하는 게 사뭇 흥미롭다. 배경음악/플롯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총탄과 포격소리만 가득한 <덩케르크>가 전쟁을 철저하게 체험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것과 유사하다.


 장애를 다루는 수많은 영화는 절절한 드라마를 통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지만 드라마적 요소는 삶의 본질을 화려한 포장지로 감싸버린다. 누군가의 삶을 조명할 때 오는 필연적인 불편함을 전달하기에 극장 의자에 앉은 순간 2시간 동안 꼼짝할 수 없는 제한적 환경은 효과적이다.


 미사코와 관객에게 계속해서 주어지는 '보이지 않는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은 동시에 이 영화가 지향하는 숭고함이다. 좌석에 앉아 그 불편함을 견뎌내며 결말에 흘러나오는 완성된 음성해설을 들을 때 '삶은 누구에게든 가치있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절제된 식사와 꾸준한 운동이라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과 같이 어쩌면 이야기를 통해 삶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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