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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Dec 05. 2017

끝나버린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까

증국상,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중화풍 감성영화다. 앞선 영화가 추억 돋는 풋풋한 첫사랑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하나와 앨리스>가 떠오르는 소녀들의 우정을 다뤘다. 물론 둘의 느낌은 꽤 다르지만.


 영화의 기본 얼개는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 했다. 주머니 속 다람쥐 한 마리로 하루가 즐거운 어린 시절, 평탄한 가정에서 자란 칠월과 사연 많은 집의 안생은 어느 날 친구가 된다. 하지만 현재의 그들의 관계는 어째선지 끝나 있었고 영화는 그 사이를 파고들어 간다. 영화의 플롯은 '왜 누구보다 가까웠던 그들의 관계는 파탄난 걸까?'라는 물음의 답을 찾는 여정이다.


 그런데 그 '왜'가 생각보다 빤해서 그 기대가 이야기에 대한 흥미의 동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끝나버린 그들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한 방법이 제법 흥미롭다.


 즐거웠던 기억을 반추하는 칠월의 자전적 소설은 결말에 드러난 반전으로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어떠한 추억도 누군가의 글을 통해서 재현될 경우 생기는 허구적 요소, 그러나 다시 쓰는 추억담에서 묻어나는 관계를 향한 간절함이 맺혀 있었다. 순간 마음이 떨렸다.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를 잠시 잊게 하는 그 떨림으로 이 영화는 조금 특별해진다. 과거에 놓친 소중힌 인연을 그리워하는 이는 어느 순간 울컥하는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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