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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Dec 30. 2017

언제나 너만을 중심에 두지는 않는다

스티븐 크보스키, <원더>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뻔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뒤집히진 않았다. 선천적으로 얼굴에 심한 기형을 갖고 태어났고 27번의 수술을 거친 뒤의 얼굴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끔찍한 시선을 받는 '어기'. 그는 습관적으로 커다란 헬멧을 쓴다. 5학년을 앞두고 그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한 엄마의 결정에 헬멧을 벗고 학교에 가지만 그를 멀리하는 다른 아이들. 그렇게 시작한 학교 생활 속에서 서서히 마음을 여는 아이들과 그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가족들. <원더>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그의 1년을 그리는 영화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 놓고 봐도 뻔한 영화지만 특별한 건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원더>는 어기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의 신경이 전부 어기한테 가면서 소외된 그의 누나인 '비아', 처음엔 의무감으로 어기에게 가까이 가지만 서서히 진정한 친구가 되는 '잭', '비아'의 친구이자 '어기'와도 가까운 '미란다'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넓혀진다.


 언제나 다른 이들의 주목이 불편한 어기지만 누나인 비아는 그에게 '세상이 언제나 너를 중심에 두지는 않아'라고 말하며 팩폭을 한다. 잭에게 버림 받은 어기가 다시 사람들을 거부하며 못된 말을 내뱉을 때 그를 눈여겨보던 썸머는 그런 말 하지말라며 다그친다. 동정이나 소외만이 있는 줄 알았던 어기는 그렇게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인정 받는다.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이 지점이다. 특별한 어기이야기를 통해 덜 특별하게 만드는 것. 그의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감정이입하고 그의 주위 인물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와 함께하는 게 익숙해진다. 원작에 있던 써니의 관점이 생략된 건 아쉽지만 글에서 나타난 섬세한 심리묘사는 영상으로 적절하게 구현된 것 같다. 어기를 억지로 사랑스럽게 만들지 않은 것, 이게 이 영화가 가진 놀라움(wonder)이다.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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