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3년 차
샴고양이 중에서도 얼굴이 까만 편인 꿍꿍이가 나와 함께 한 지 만 2년이 넘었고 연차로 보면 3년 차다.
그동안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건 고맙기만 하다. 그 보답으로 가끔 똥쟁이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에게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 이상 무얼 더 바랄 수 있을까.
남들 쉴 때 바쁜 영화관 특성상 이번 추석에도 오늘 단 하루만 쉬었다. 고향으로 갈까 하다가 내가 사는 곳에 한 번 와보고 싶다고 한 어머니의 말이 기억나 한 번 방문하라고 말했는데 이에 응해 주었다. 덕분에 하루뿐인 추석 연휴를 좀 더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직접 찌개거리를 아이스 박스에 챙겨 오셨고 덕분에 타지에서 집밥을 먹게 되는 사치를 부렸다.
꿍꿍이는 그 과정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는데 자식의 집에 처음 방문한 어머니가 어색해할 때 자연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부비부비 하면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제대로 된 자식 노릇도 못 하는 나의 부족함을 꿍꿍이가 채워주고 있었다.
지난 글에서 자세히 언급했지만 꿍꿍이는 생의 처음부터 나와 함께한 반려묘는 아니었다. 지하실이나 다리 밑에서 고양이를 구하는 게 취미인 어머니는 그렇게 모은 다섯 마리와 함께 살 무렵, 성당 모임에서 아기 때문에 같이 살 수 없다는 집의 고양이까지 떠맡았다. 세 마리를 넘어선 이후에 더 늘어나길 원치 않았던 타지에 사는 아들내미는 그런 어머니에게 한 소리 했지만 말릴 재간은 없었다. 일 년에 세 번은 집에 갈까 말까 하는 아들이 하는 말은 힘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떠맡은 고양이가 꿍꿍이다.
어쩌다보니 꿍꿍이를 내 자취방으로 데려와 같이 살게 되었고 벌써 3년 차가 되었다. 나와 함께 한 건 3년 차지만 꿍꿍이의 나이는 몰랐다. 친구들에게 꿍꿍이를 보여주면 으레 물어보는 게 몇 살이냐 인데 모른다고 대답하면 매정한 사람 보듯 한다. 문득 그게 생각나 어머니에게 꿍꿍이는 몇 살인지 물어봤다. 가능하면 생일까지 알고 싶었다.
나도 몰라, 그런데 그거 알아?
그 집에서 다른 고양이 새로 입양했데.
이유인즉슨 꿍꿍이를 우리에게 떠맡긴 그 집 부모의 의사와는 달리 아이는 여전히 꿍꿍이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래서 꿍꿍이가 어머니 집에 있을 때 종종 놀러 왔었다. 그러다 결국 다시 꿍꿍이를 돌려달라고 했는데 문제는 그때는 이미 서울에 있는 나와 함께 살고 있어서 데려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어머니도 이미 나와 함께 잘 살고 있는 꿍꿍이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떠맡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돌려달라는 그 집 부모는 별로지만 같이 살던 아이를 생각하면 조금 짠했다. 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뺏은 기분이랄까. 꿍꿍이 입장에서 보면 열 받을 만한 비유지만.
어머니는 차선책으로 다리 밑에서 구조한 고양이와 지하실에서 구조한 고양이가 눈 맞아서 낳은 고양이를 입양하는 건 어떠냐 했는데 그건 거절했단다. 그리고 들려온 오늘의 소식은 그 집에서 고양이를 분양했다는 것, 그것도 품종묘로. 참고로 어머니가 제안한 고양이는 검은색의 코숏. 작년에 태어난 그 녀석은 까미라는 이름을 얻었다. 특기는 기둥 타오르기다. 본가에서는 기둥 대신 커튼을 자주 타오른다. 덕분에 커튼이 너덜너덜하다. 우리집 커튼은 싸구려라서 괜찮지만 그 집 커튼은 얼마나 할까.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하는 과정은 입양, 분양, 그리고 구조. 그 외에도 더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한다. 꿍꿍이가 나와 함께한 형태는 이 중에서 어떤 걸까? 구조라고 생각하면 그 집의 아이가 뭔가 짠하고 입양이나 분양은 거창해서 싫다.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꿍꿍이는 가끔 가다 그 이상의 역할도 해낸다. 집에 오는 모든 사람을 반기고 옆에서 애교를 부리는 탓에 사람 대하는 게 서툰 내가 '꿍꿍이 아빠'의 역할로 그 자리에서 한 마디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꿍꿍이는 여기 만지면 좋아해요' '아 지금 무는 건 기분 좋아서 하는 거예요, 억지로 빼거나 하지 않으면 다치지 않아요' '걱정마요, 꿍꿍이는 고의로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 없으니까' 뭐 이런 식으로.
그리고 오늘, 어색한 부모님과 내 사이를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 꿍꿍이는 아마도 다섯, 여섯 살 정도 될 것이다. 재작년 우리 집에 왔을 때 이미 성묘 상태였으니까. 사람 나이로 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꿍꿍이는 가끔씩 서른 살의 나보다 낫다. 예를 들면 못난 아들이 어머니와 대화할 거리를 준다든지 말이다.
그런 꿍꿍이에게 츄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