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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Jul 04. 2016

금요일, 비 오는 날 아침

Summer Rain

 이력서를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네 시 즈음에 잠들었다. 네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이력서에 넣을 증명사진을 찍으러 집을 나섰다.


 늦은 밤 내리기 시작한 비는 간밤에 힘차게 쏟아지다가 아침 멎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빗방울은 떨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손에 든 우산을 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머쓱해진 내 손은 펼쳤던 우산을 접는다.


 평일 출근 시 이후의 정류장은 한산했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복장에선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등산복을, 누군가는 양복을, 또 누군가는 얇은 티셔츠를. 표정은 다들 어딘가 착잡해 보였다. 어쩌면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착잡한 걸 지도 모른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틀었다. 비와 관련된 노래만이 담긴 스물 곡.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에 앉았다. 다른 자리보다 턱 하나 높은 그 자리에 앉아 창가를 멍하니 바라봤다. 비에 젖은 돌담길이 눈에 보였다. 초록의 나뭇잎은 젖은 채로 바닥에 깔려 있었다.


 비라는 주제로만 엮인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는 대체로 차분했다. 그러던 중 다소 템포가 빠른 노래가 흘러나왔다. Summer rain이다. 노랫말은 지난 사랑이 여름 비에 씻겨 내려가길 바라고 있었다. 헤어진 연인이 지금 나와 같은 비를 맞고 있을까라는 상상도 담겨있다. 뜨거운 여름날 한가운데 내리는 비는 열정과는 동 떨어진 나 같은 사람에게 차분함을 가져다준다.

 

 문득 창밖에 보이는 풍경과 노래가 무척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마음과 잘 어울리는 걸지도. 간밤에 채워 넣지 못한 이력서 빈칸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


 버스에서 내렸다. 여전히 비는 내리는 둥 마는 둥 했다. 사람들은 우산을 펴지 않고 여전히 몸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핀다.



글 속의 노래는 コブクロ(kobukuro)의 Summer ra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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