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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Apr 13. 2022

당신에게도 풔킹스페셜한 누군가가 있다면

지속 가능한 짝사랑을 위해

혹은 평범한 당신이 특별한 상대 앞에 서기 위한 Creep한 생존 전략


 몇 번의 짝사랑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럼 연애로 이어지지 않은 짝사랑은 실패로 봐야 하는 건가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반 칠십을 눈앞에 둔 지금에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아쉬움은 짝사랑의 특성상 일방적인, 혹은 감정 비대칭적인 관계기 때문에 상대를 온전히 볼 수 없었던 부분에서 온다.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그걸 온전히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일 때 감정은 내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렇게 상대는 실재와 다른 형태로 기억에 남고 남고 시간이 지난 뒤 기억에 남는 건 상대의 모습이 아닌 좋아했던 내 감정의 잔향뿐이다.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 짝사랑이 연애나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건 나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끝날 당신의 짝사랑이 좀 더 좋은 형태로 기억에 남는 방법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



1. 당신의 짝사랑 상대는 어쩌면 상상 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물론 가상의 인물을 향한 짝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짝사랑의 대상은 적어도 실존하는 형태의 사람인 경우에 한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마음이 그리는 짝사랑의 대상은 그 사람의 실제 모습과 거리가 멀 때가 많다. 특히 그 사람과 온전한 소통을 할 수 없는 경우일 때. 이를테면 같은 동아리에 있지만 둘이서 대화한 적이 없는 경우, 다른 예로는 회식 때 마주치는 옆 부서 직원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고백을 하지 못 하고 혼자서 감정을 키우는 소극적이지만 낭만적인 당신인 만큼 상대가 눈앞에 있든 없든 상상을 멈추지 않을 거다.


 흰 종이에 퍼지는 한 방울의 물감처럼 상상력은 작은 계기로 끝없이 퍼져나간다. 가끔씩 아침 출근길에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옆 부서 동료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당신의 눈에는 그녀의 손에 들린 스타벅스 커피가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항상 스벅 커피를 들고 다녔다. 아침 출근길이라 혼잡한 엘리베이터에서 말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부족한 소통을 당신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아, 저 사람은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는구나.' 그렇게 시작한 상상 속의 그녀는 커피치고는 비교적 높은 가격인 스타벅스만을 고르는 이미지가 된다. 사무실 캡슐 커피로 충분히 만족하는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오늘은 마침 일이 한가한 편이라 인터넷으로 스타벅스 사이트에 들어가니 다양한 굿즈 목록이 보인다. 텀블러 하나에 3만 원이 넘는 가격을 보며 당신은 어쩌면 그녀가 사치스러눈 소비 성향을 지닌 건지 상상을 한다. 상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가 당신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싼 가격이라는 짐작으로 나아간다. 당신은 SPA 브랜드의 시즌 오프 기간에만 옷을 사는데 말이다. 만에 하나 잘 되어서 연인 관계가 되었을 때 당신이 선물한 옷을 받은 그녀의 애매한 표정에 당신은 열등감에 휩싸인다. 역시 나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 당신은 상상만으로 포기한다. 이렇듯 상대의 손에 들려 있는 스타벅스 커피 하나만으로 당신은 끊임없이 상상하고 상대는 나와 점점 멀어져 간다. 커져버린 상상 속의 존재 앞에 나는 점점 초라해진다.


당신의 상상 속 그녀의 표정은? / 영화 <500일의 썸머>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면 어떨까? 간단하다. 어쩌다 부서 통합 회식 때 옆자리에 앉게 된 당신은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때 이렇게 한 마디를 건넨다. '커피 좋아하시나 봐요?' 그 질문에 상대는 이렇게 답할 수도 있다. '아 네, 집 앞에 바로 스타벅스가 있거든요. 드라이브 스루가 있어서 출근길에 하나씩 사요. 아침에 커피 한 잔은 몸에 밴 습관이라 떼어낼 수가 없거든요. 친구들도 그걸 알아서 생일만 되면 스타벅스 쿠폰을 보내요. 카드사 포인트로도 할인이 되서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구요.' 이 말을 들은 당신은 자신의 카카오톡 선물함에도 잔뜩 있는 스타벅스 쿠폰을 떠올린다. 그렇게 사치스러운 소비를 하는 상상 속의 누군가는 당신 앞에 나름의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그녀가 된다.


수십 번의 상상보다 단 한 번의 질문이 상대를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닌 눈앞에 실존하는 형태로 만든다.



2. Love and Life Balance, 사랑과 삶의 균형을 맞춰라


정말 재밌는 미드를 쉬지 않고 보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우다 보면 아침 출근길에 좀비가 되어서 사무실에 들어서고 근무 시간 내내 잠 기운을 쫓기 위해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5 시즌 짜리 미드를 다 본 뒤 뒤돌아보면 피폐해진 일상만이 남아있다.


짝사랑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빠져 눈앞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어떻게 하면 말 한마디 더 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당신은 회의 때 집중하지 못 하고 갑작스러운 팀장의 질문에 버벅거린다. 모두가 있는 앞에서 타박을 듣는 당신 앞에는 짝사랑 상대의 친한 친구인 같은 부서의 A 씨가 있다. A는 아마 점심시간에 그녀와 밥을 먹으면서 회의실 분위기가 나 때문에 안 좋아진 걸 얘기할 거라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회의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무능력한 남자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신은 오후 일과에도 집중을 못 한다.


열정적인 사랑은 가끔 당신의 일상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이러한 순간이 반복되면 본인의 일상에 생기는 문제가 이 짝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풀리지 않는 일상에 자포자기한 상태의 당신은 짝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파묻는다. 그리고 돌이켜본 그 기억은 좋아했던 마음보다 두고두고 지우고 싶은 후회로 한가득이다.


 자신감은 끊임없는 자기 관리에서 나온다. 자기 관리의 기본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만일 이 균형이 무너지면 특별한 그녀 나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을 거란 자괴감이 머릿속을 지배하며 그녀는 더욱더 멀어져 간다. 그러니 짝사랑을 하는 당신은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 꾸준한 운동은 좋은 자신감 획득 방법이 될 수 있다.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운동은 특별한 그녀 앞에서의 당신을 뒷받쳐 주는 지지대가 될 수 있다. 하체 근육도 키울 수 있고 말이다.



3. 좋아하는 마음을 던져봐라, 마치 캐치볼을 하듯이


 짝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고백은 안개 가득한 날에 끝이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신기루에 가까운 것으로 다리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리 끝은 바로 당신 눈앞에 있다. 참고로 여기서 끝이라는 건 상대가 고백을 받아준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당신의 고백을 상대가 들어주고 호의를 확인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수십 번 상상했을 고백은 사실 상대에게 있어 아무 의미도 없다. 적어도 상대에게 그 말이 전해지기 전까지 말이다. 생각과 말의 간극은 깊다. 0과 1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는 건 때로 숭고하게 느껴지지만 단순하게 보면 그저 당신의 감정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말 전달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고백을 던지듯 해봐라.


 던진다는 표현이 당신이 품고 있을 순수한 감정에 대한 모욕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고백이 전달되는 과정을 분석해보자. 당신의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내용을 품은 언어가 상대의 청각(글로 전달했을 때는 시각)을 통해 입력이 되고 상대는 다시 해석의 과정을 거친다. 해독하기 어려운 언어가 아니니 왜곡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당신이 자신의 감정에 빠져 온전히 전달하기보다는 감정을 내뱉는데 치중할 때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저는 당신이 좋아요, 여러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그냥 좋은 것 같아요.


 고백은 가급적 담백하게 하는 걸 추천한다. 미사여구나 여러 표현을 가미하면 상대에게 전달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상대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먼저 좋아하는 당신의 마음을 전하고 그 뒤에 상대방이 궁금해할 '왜', '어떻게' 등을 표현해라. 자기소개서와 고백은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자기소개서를 읽을 면접관과 고백을 받을 짝사랑 상대는 이전까지 당신에게 무관심했을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전달하는 말(글)로서 당신을 판단할 뿐이다. 무관심한 상대에게 중요한 건 알맹이가 담긴 중요한 메시지다. 자기소개서는 두괄식이 기본이다. 고백도 마찬가지다.


눈을 마주보고 상대방에 귀에 고백을 던져라 / 영화 <비포 선라이즈>


 캐치볼을 생각하면 된다. 당신의 손을 떠난 공은 빠르든 느리든 상대의 글러브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디 서 있는지 글러브는 어느 손에 끼었는지 당신의 손에서 공이 떠나갈 때까지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을 받은 상대가 다시 공을 던질지, 혹은 던지지 않을지 여부는 당신의 손에서 공이 떠난 이상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대는 당신이 공을 던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후회 중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건 할 수 있던 걸 못 했을 때다. 만일 거절을 당했을 지라도 그때의 용기는 미래의 당신의 내적 자산이 된다.




당신의 짝사랑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은 나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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