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간 일본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도쿄의 횡단보도를 걷는 나를 여자친구가 찍어준 모습. 2족 보행하는 거북이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니 평소의 내 모습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앞으로 쭉 뻗은 목과 말린 어깨.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찌든 현대인의 찌든 모습이 거기 있었다. 작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유일하게 문제가 되었던 게 경추 쪽이었다. 목 디스크 주의라는 경고 문구.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함보다 목과 어깨의 뻐근함으로 시작하니 개운치가 않다. 그나마 작년에 추천 받은 경추 배게 덕분에 좀 나아진 편이다.
요가를 시작한 것도 체형 교정을 위해서인데, 요가 클래스가 끝난 직후에는 개운하지만 몇 시간 지나면 다시 결린다. 태초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목과 어깨는 말린다. 그래서 올해는 단단히 결심을 했다. 삶의 많은 부분을 말린 목과 어꺠를 펴기 위해 노력하기로.
아침에 일어나면 목 컨디션부터 확인한다. 잘 때 자세가 좋았으면 괜찮은데 가끔 안 좋은 자세로 일어나서 결리면 10-15분 정도 목 스트레칭을 한다. 한 팔씩 ㄴ 자로해서 돌리고 목을 반대로 해서 내린다. 이 때 많이 도와준 게 강하나 샘이다. 다양한 스트레칭 영상을 전전했지만 나에게 제일 맞는 건 강하나 쌤의 영상이었다. 마주칠 일이 있을 지 모르지만 언젠가 목이 나아진다면 인절미 떡 한 박스라도 보내고 싶다. 지금할 수 있는 건 구독과 좋아요 뿐이지만.
스마트폰을 볼 때는 의식적으로 고개 위로 든다. 지하철에서 그러고 있으면 되게 눈에 띄지만 별 수 없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우선 목부터 세우고 봐야지. 앉아 있을 때는 가방을 무릎 위에 받힌채로 팔꿈치를 얹으면 자연스럽게 폰의 높이가 올라간다. 잡스는 알았을까? 자신의 발명품으로 수많은 사람이 거북이가 될 걸?
일을 할 때 노트북과 모니터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모니터 받침대를 깔아둔 건 당연하고 가끔 집중해서 일을 하다가 목이 내려간 상태로 오래 있으면 의식적으로 목 스트레칭을 한다. 목의 앞쪽 근육을 마사지하면 좋다고 해서 하기도 한다.
요가원에 가는 횟수도 작년보다 많이 늘었다. 매월 목표로 하는 건 지난 달보다 요가원에 한 번 더 가기. 한 시간의 고통이 끝나면 수 시간의 극락이 찾아온다. 새삼 내 목이 무거운 머리를 받치느라 고생했다 싶다. 2족 보행은 과연 진화의 산물일 지 잠시 딴 생각에 빠진다.
수 많은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영상을 찾으면서 깨달은 건 궁극적으로 등 근육, 그 중에서도 중하부 승모근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 아직은 스트레칭 위주로 하지만 조금씩 근육 운동의 비중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