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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Aug 01. 2017

아재 감성 가득한 청춘

<청년경찰>, 김주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욕충만 경찰대생 기준(박서준) X 이론 백 단 경찰대생 희열(강하늘). 두 사람은 외출을 나왔다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목격자는 오직 두 사람뿐.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증거로 수사는 전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직접 해결하기로 한다.


Good

# 가볍다, 유쾌하다, 빠르다

 단순하지만 웃게 되고 몰입한 만큼 러닝타임은 빠르게 지나간다. 영화사에서 마케팅/투자 업무 경력이 있는 감독인 만큼 오락영화의 정도를 충실히 따랐다. 단순한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기준과 희열, 두 경찰대생이 겪은 한 밤의 일탈은 시종일관 웃음이 함께한다. 복잡한 생각 없이 웃다가 이야기를 따라가면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감독이 무대인사에서 언급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목적성에 충실한 연출이다.


# 성장물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원하는가?

 영화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두뇌파 희열과 육체파 기준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케미다. 어리숙하지만 열정 넘치는 두 캐릭터가 눈앞에 다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미숙하지만 정이 간다. 열정 넘치는 인물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오는 울림은 미숙했던 과거를 가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이다. 끝 맛이 깔끔한 영화다.


이런 취향을 가진 분은 보세요

# 별생각 없이 웃고 즐기고 싶다

# 경찰대는 뭐하는 곳인가 궁금하다

# 일단 성장물이면 하악하악


Bad

# 너무 뻔한 청춘

 88년생 박서준과 90년생 강하늘이 연기하는 스무 살 청춘은 그들이 내뱉는 어색한 줄임말같이 아재스럽다. 감독은 청년과 청춘이라는 단어 의미를 과거의 기억에서만 끌어들인 것 같다. 암기하듯 나오는 줄임말과 뇌가 없어 보이는 유치한 욕(예를 들면 씨댕, 요즘에 이런 말 안 쓰는 건 나도 안다)이 나오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마치 요즘 유행어를 외워서 말하는 부장님 같다. 월급을 받기 위해 부장님 개그에는 배를 잡고 웃어야 하지만 돈 내고 보는 영화에서 그런 게 나오면 웃어주기 힘들다. 대사를 소화 못한 배우들의 문제가 아닌 뻔한 감성의 감독이 문제다.


# 뜬금없는 진지함, 필요한가?

 전형적인 킬링타임 영화지만 메시지는 있다. 다만 억지로 쑤셔 넣은게 문제다. 기준과 희열이 납치사건을 목격하고 그 지역 경찰서를 찾아갈 때 내뱉는 선배 경찰의 한 마디, "응, 납치도 중요한데 일단 서장님이 지시한 사건부터 해결하고 올게" 뭐 이런 거. 제도권 경찰이 가진 한계와 정의를 구현하는 청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치 현장을 직접 발견한 뒤에도 주머니 속 핸드폰으로 연락 한 번 안 하고 둘이서 해결하려는 두 명의 경찰대생을 보면 너무 비현실적이다. 제도권 경찰의 한계라는 현실성과 수십 명이 넘는 납치조직을 둘이서 쳐들어가는 경찰대생의 비현실성은 이야기의 균형을 깨트린다. 거기다 현행범 납치조직을 신고하는 두 명의 시민을 앞에 두고 끝까지 신분증부터 내놓으라는 지구대 경찰은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뇌가 없어 보인다. 억지로 쑤셔 넣으려는 메시지에 캐릭터의 개연성은 산으로 갔다. 된장을 잔뜩 넣은 김치찌개 같은 영화다.


# 왜 청춘의 답을 꼰대가 내리는가

 기준과 희열의 연락을 받고 온 경찰대 교수(성동일), 연락을 받고 범행현장에 동행하지만 하는 말은 역시나 지역 경찰과 똑같다. 광역수사대니 특별수사대니 지켜야 하는 절차 같은 거. 그러나 이야기 말미 둘이서 몰래 해결한 기준과 희열에게 시민을 경찰정신 같은 말을 내뱉으며 두둔한다. 상황에 따라 의견을 바꾸지만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의견으로 짓누르는 전형적인 꼰대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아이언맨은 어린 스파이더맨에게 시크하지만 슈트에 의존했던 자신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함부로 정답을 내리지 않는다. 덕분에 스스로 고민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 스파이더맨과 오락가락하는 교수의 칭찬을 듣고 마냥 좋아하는 <청년경찰> 경찰대생이 남았다. 절대적인 선생과 순종하는 학생, 과연 그게 청춘을 대하는 합당한 태도일까? 어른은 자신도 삶의 정답을 모른다고 고백하고 꼰대는 자신만의 정답을 따르라 강요한다.


이런 취향을 가진 분은 실망할 걸요?

# 영화는 최소한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 영화 속에서 조차 꼰대의 훈계를 들어야 하는 게 싫은 반골 기질


Killing time; 나의 시간을 이렇게 죽여도 되는가?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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