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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Aug 25. 2017

네 가지 물음

<더 테이블>, 김종관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택가 작은 카페의 한 테이블, 오전 열한 시, 오후 두 시 반, 오후 다섯 시, 오후 아홉 시. 네 개의 관계가 머물다 가는 곳. 주고받는 시선과 대화를 통해 테이블에 머물다 간 그들의 과거와 미래. 대사와 표정만으로 이루어져서 지루할 수 있는 영화에 포인트를 하나씩 잡아보았다.



#1 그녀는 무엇을 기대한 걸까?

 - 맥주와 에스프레소

 유명 여배우 여자와 회사원 남자. 한 때 연인이었던 그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그들이 서로에게 한 기대. 특히 이 만남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했던 여자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남자의 모습에서 기대는 점차 실망에 가까워진다.

 그녀의 기대가 무엇일지 짐작하고, 그게 무엇 때문에 무너지는지 주의 깊게 보면 내용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습니다.



#2 여자가 남자를 다시 만나러 온 이유는?

- 초콜릿 무스 케이크

 남자는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피한다. 둘이 함께 겪었던 과거지만 영향은 서로 다른 듯하다. 경험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닌 겪은 사람이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시선'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흥미롭습니다.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과 시선의 주도권이 역전되는 순간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3 그들에게 진짜는 무엇일까?

- 라떼 두 잔

 진실(Truth)과 진짜(Originality)는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진실은 사실 관계를 통해 검증할 수 있지만 진짜는 본질이나 내면에 있는 것이기에 쉽게 특정할 수 없다. 깔금한 정장차림의 무언가 지시하는 젊은 여자와 돋보기 안경을 끼고 받아 적는 나이 든 여자. 묘하게 대조적인 둘과 거짓말 투성이 같은 관계에 숨겨져 있는 진짜는 과연 무엇일까?

 말투의 변화가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에피소드 중에 이야기의 농도가 제일 깊었다고 생각합니다.



#4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 커피와 홍차

 커피와 홍차,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와 카페에 혼자 앉아 그걸 바라보는 남자. 비 내리는 한밤의 카페에서 나누는 그들의 대화엔 어딘가 권태로움이 담겨있다. 여자의 도발과 남자의 거절로 이루어진 대화는 의미없이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의미 없는 껍데기 같다. 오히려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건 대화 사이에 있었던 호흡, 거기에 불현듯 진심이 드러난다.

 첫 번째 에피소드와 같이 과거의 연인이지만 순전히 '과거'로 보기엔 애매한 그들이 현재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서 보면 어떨까요?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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