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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Oct 10. 2017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

아름다운 여인의 시체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공포 


공포영화나 스릴러 장르가 저 예산 영화에 어울린다는 분석이 많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실험적인 걸작 [로프]나 [이창], 존 카펜터의 걸작 공포 영화인 [괴물], 스텐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그랬듯, 폐쇄된 공간과 소수의 등장인물만을 활용하는 설정을 마음껏 살릴 수 있는 장르가 스릴러와 공포이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의 걸작 중에 걸작으로 평가받는 로버트 와이즈의 [더 헌팅 The Haunting]도 힐 하우스라는 귀신 들린 집을 배경으로 소리와 분위기만의 공포가 어떤지 잘 알려주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안드레 외브래달 감독의 [제인 도 TheAutopsy of Jane Doe] 역시 이런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출연진의 열연을 잘 결합한 수작으로 평가받을 영화라 단언한다. 



버지니아 시골의 한 마을. 마을 주민 3명이 무참하게 살해된 현장이 발견된 집 지하실에서 신원미상의 젊은 여인의 나체 시체가 발견된다. 도저히 육안으로 그녀의 사인을 알 수 없고, 그녀의 신원이나 그녀가 발견된 집의 사람들과의 연관성도 전혀 없는 상황. 지역 보안관은 20년 동안 마을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의 부검을 맡아온 지역 부검소에 그녀를 맡기고, 다음날 아침까지 사인을 알려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부검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토미와 그의 조수로 일하는 아들 오스틴은 신원 미사의 여인의 시체를 조사하면서 점점 알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든다. 외상이 전혀 없는 시체의 피부. 하지만 손목과 발목이 완전히 부러져있고, 혀도 잘려나간 여인. 여기에 외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외상에도 불구하고 내장은 칼로 수십 번 이상 찔렸으며, 허파는 불에 완전히 타 있었다. 과연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녀를 죽였을까? 



2013년에 전 세계적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 [컨져링]을 본 안드레 외브래달 감독은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컨져링]과 같은 괜찮은 공포 영화 각본을 찾아 달라고 한 것이 [제인 도]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제인 도 The Autopsy of Jane Doe]는 2013년 프랭클린 레오나르도가 운영하는 블랙리스트 (https://blcklst.com/lists/ -각본들 중에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지만 영화화되지 못한 각본들을 매년 선정하여 발표한다)에 선정되었던 각본으로 이미 그 가능성과 독창성은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그런 각본이 2010년 발표된 [트롤 헌터 Troll Hunter]로 창의적인 연출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은 외브래달이 만났으니 결과물은 어느 정도 수준이 예상된 것. 여기에 연기파 배우 브라이언 콕스와 [The Dangerous Lives of Altar Boys] 이후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에밀 허쉬는 아버지와 아들 부검의로 영화 내내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모든 내용을 지배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은 여자 시체 제인 도를 연기한 올웬 캐서린 켈리로 대사 한마디 움직임 한번 없이도 이만큼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배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검소는 토미와 오스틴이 운영하는 부검소 역시 영화에서 한몫을 하는데, 3대째 운영되고 있는 오래된 부검소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영화의 공포와 긴장을 배가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영화를 이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은 외브래달 감독이 관객을 위해 준비 해 놓은 공포의 장치들이 하나둘씩 쌓여 가는 과정에 있다. 외브레래 감독은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부검의 객체이면서 여주인공인 제인 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제인 도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 냄으로써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는 가정을 관객에게 던진 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의 깊이를 영화의 진행에 따라 더욱 알 수 없는 퍼즐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은 관객에게 주인공들이 겪는 무지의 공포를 간접 경험하도록 강요한다. 여기에 부검소의 작은 소품들 (복도 반대편을 비추어주는 거울, 문 틈새를 통해 바라보는 주인공과 반대편의 눈동자, 시체 발에 매달아놓은 종, 안개와 연기, 어둠)을 활용하여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연출 역시 탁월하다. 외브레달이강하게 영감을 받았다는 [컨저링] 이후 분위기의 공포보다는 관객을 소리나 장면을 이용해서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캐어가 공포 영화의 무서움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제인도]는 이런 점프 스케어를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충분히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악과 음향은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공포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사용해도 될 듯하다.


(이하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부검소라는 특별한 공간 – 일반적인 시체들은 부검을 하지 않는다, 사건 사고 등으로 사연이 있는 시체들을 부검한다-을 활용하는 방식 역시 확실하게 눈여겨 볼만한다. 시미즈 다케시의 [주온]이 장소에 내려진 지박령이 장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엽기적인 귀신의 공포를 선사했었다면, 외 브래 달의 [제인 도]는시체에 빙의된 저주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찾아다니는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가 향후 시리즈로 제작되어도 충분한 소재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개봉 성적을 거두진 못했고, 제작 역시 대형 메이저 제작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공포 영화들이 히트를 하거나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리즈물이 되고 편수가 증가할수록 그 완성도가 저열한 수준으로 극감 하는 것을 혐오하지만 이 정도의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시리즈로 몇 편 정도 나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최근 영어권의 인터넷 반응들을 보면 메이저급 영화사나 중견 제작사에서 충분히 후속 편 제작에 관심을 보일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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