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2

by 로칼두

아빠가 사준 신발을 신고, 아빠와 있었던 집을 나선다. 아빠가 운전했던 차가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하지만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저 차는 이제 다신 못타겠지. 저 차는 폐차의 운명을 점지받았다. 아빠와 자주 가던 횟집을 지나친다. 2주전에도다녀온 횟집이었다. 아빠가 좋아하던 붕어빵 노점상을 지나, 아빠와 자주 건너던 횡단보도를 건넌다. 더 이상 나에게 들어오는 차를 조심하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아빠와 자주 가던 칼국수 집을 간다. 가게는 협소하지만, 국물 맛이 좋아 아빠가 좋아했다. 이젠 마주앉아 먹을 사람이 없어, 1인석에 앉아 칼국수 하나를 시킨다. 내 앞에 놓여 있는건 벽뿐. 답답했다. 벽을 보고 밥을 먹는다는거. 묵묵히 칼국수를 먹는다. 대화없이 먹는 음식은 멕힌다. 아빠와 자주 가던 노적봉을 걷는다. 그가 떠나기 3일 전에도, 그는 혼자 노적봉을 갔었지. 그때 따라갔어야했을까. 그때라도 병원을 데리고 갔어야했을까. 후회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면서, 후회가 번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노적봉을 한바퀴 돌고, 노적봉 뒤에 있는 홈플러스를 간다. 늘 그는 물건을 홈플러스에 사왔다. 홈플러스에 생긴 새로운 음식점을 가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었다. 이젠 여길 다시 올 수 있을지. 홈플러스를 지나쳐, 다시 집으로 걸어간다. 이 익숙한 거리를 이렇게 혼자 걷는 것도 낯설다. 이젠 무뎌지고, 이제 익숙해지겠지. 뭐가 됐든, 시간이 지나 조금씩 무뎌지겠지.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이 없다는거 많이 낯설다. 그래도 무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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