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목표가 없이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것.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높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성공을 위해 목표를 세우란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남들 눈에는 나도 다소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에 대해 묻는 사람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내가 성공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커리어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목표가 없으니 비전이 있을 수가 없고.
이런 말을 앞에서 할 수는 없으니,
"언젠가 제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무역의 끝은 창업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도로 얼버무리곤 한다.
훌륭한 목표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흔히 목표는 의욕 상승을 비롯해 강한 추진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게 커리어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애당초 주변에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길을 걷고 있을뿐더러,
이 나이가 되도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으니.
솔직히 말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에 거부감도 느낀다.
지금이야 무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지만, 애당초 내 전체 커리어로 보면 아직까지도 강사로 활동한 기간이 길다. 불과 10년 전까지 무역이란 존재도 몰랐으니까.
무역업에 들어온 뒤에도 철강에서 기계, 화학으로 업종을 여러 번 변경하였으니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어렵겠다.
단지 이 길에 흥미를 느꼈고, 좋아서 왔을 뿐인 내게 장기적인 계획이 생기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것치곤,
지난 내 커리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직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급여를 인상시켰고, 남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해외 지사장으로 파견되어 나와 있으니까.
사실, 내게 장기적인 목표는 없지만 이걸 대체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난, 그 순간에 해야 할 일을 그 순간이 지나기 전에 최선을 다해 처리한다.
그것이 업무적인 것이건, 이직이건 때로는 결정적인 인생의 선택이 주어진 상황이건.
야근을 해야 될 때 야근을 하고,
출장을 가야 할 때 출장을 간다.
나서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나서고,
피해야 할 순간에는 피한다.
그렇게 난, 해외 진출의 순간이 주어졌을 때, 해외에 진출했고,
지금 여기 지사장으로 나와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른 이들처럼 멋지고 화려한 목표가 갖고 싶어 이것저것 궁리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모습이 없고,
그렇다고 돈이나 명예에 큰 욕심이 있지도 않아서.
그러니 아마 나는 계속 이렇게 있지 않을까.
그 순간순간에 주어지는 과업을 처리하고, 그 과업 뒤에 이어지는 다른 과업을 마주하면서.
그렇게 소소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