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부업/취미를 살짝 맛만 보고 싶은 당신에게
“돈 벌고 싶다. 근데 회사 다니기는 싫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일을 알아봤다. 책의 제목에는 부업이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사실 처음부터 부업으로써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어설픈 예술충이었던 나는 글을 써서 먹고살고 싶었다. 글로 생계를 해결할 만큼의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혹은 한 방 터뜨려서 어느 정도 살만큼 목돈이 생기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5만 자 짜리 초단편 웹소설 한 편을 출간했다.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망상 회로가 풀가동되었다. 시작은 플랫폼 별점 50개도 안 되는 무명 작으로 했지만 곧 차기작들이 메가 히트를 치고 초인기 작가가 되어 회사를 멋지게 때려치우는 상상을 잔뜩 했다.
그러나 차기작은 나오지 않았다. 글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써야 하는데 나는 딱히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써지지 않는 글을 붙들고 있자니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고 그런 집착하는 마음은 머리를 더 굳게 했다.
그 와중에 회사는 점점 다니기 괴로워졌고, 망상으로 이미 잠깐 맛본 다른 직업의 가능성은 자꾸만 나를 부추겼다. 솔직히 말해서는 일하기가 싫었다. 직장 다니는 게 싫어서 자꾸 다른 데에 눈을 돌렸다. 회사를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그러다 보니 정신 차렸을 때는 이런 부업맨이 되어있었다. 웹소설 쓰기, 일러스트 그리기, 웹툰 그리기, 이모티콘 제작하기,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인스타툰 연재 도전하기 등 이것저것에 손을 댔다.
잘되지는 않았다. 나는 끈기가 없었고 성질이 급했다. 조금 깔짝이다가 말기를 반복했다. 어떤 분야든 한 우물을 깊게 파다 보면 기회가 오는 법인데 나는 기회가 올 정도로 시간을 들이지를 않았다. 위에 나열했던 어느 것이든 성공할 리가 없었다.
마음은 급한데 되는 건 없으니 점점 더 불안하고 조급해져만 갔다. 그러다 보니 2주 전 주말에는 인스타툰에 도전을 하다가 주중에는 웃긴 짤을 올리는 SNS 계정을 만들고 지난 주말에는 소설을 쓰겠다고 일을 벌이다가 이번 주중에는 갑자기 에세이를 쓰는 기괴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본인이 가진 콘텐츠는 없는데 일은 자꾸 벌인다. 여느 때처럼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있던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기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쓸모없지….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만큼 끈기 없는 사람이 또 있나?’
평생 1등을 해본 적 없었는데 난생처음 무언가에서 최정상에 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거다 싶었다.
머릿속에서 또 회로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책을 하나 쓰는 거야. 가제목은 ‘끈기 없는 사람의 부업 시도기’로 하는 거지.”
회사 탈출을 꿈꾸며 내가 지금까지 해 본 것을 다 구겨 넣으면 재밌을 것 같았다. 꼭 부업이 아니라도 ‘나는 이것저것 다 해봤다’라는 콘셉트로, 그동안 기웃거렸던 거 다 써보고 어떻게 배웠는지, 왜 배웠는지, 해보니까 너무 힘들더라, 이건 직업으로 갖기에는 조금 그렇더라… 이런 내용을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고 냅다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열어서 파일부터 만들었다. 제목은 <이모티콘·웹툰·웹소설 등 핫한 부업을 맛만 살짝 보고 싶은 당신에게>.
내가 당신 대신 얕고 다양하게 겪었던 경험담을 이 글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밑바닥까지 솔직하게 다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프롤로그
-웹소설 작가 도전기
-초상화 그리기
-디지털 일러스트 그리기
-웹툰 그리기
-이모티콘 만들기
-책을 써보자
-에필로그
목차는 추후에 변경될 수 있으며, 각각의 목차는 3~5개 정도의 글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