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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초 Jul 23. 2024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막혀버리다

웹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


“웹소설 써서 억대 수입을 얻었어요!”


아마도 이런 제목의 기사를 많이 봤을 것이다.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많이들 그렇게 가볍게 접근한다고 알고 있다.


사실 나는 웹소설에 그런 식으로 혹해서 접근한 건 아니었다. 2020년대 9월의 어느 날, 아직 학생이었던 나는 문득 글이 쓰고 싶었다. 당시 종로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서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즉시 한글 파일을 켜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타닥타닥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무언가 창작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욕구가 나도 생경했다. 계기가 무엇이든 간에 꽤나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그렇게 단편 소설을 두어 개 썼다. 창작력이 뛰어나지 않았기에 순수한 픽션을 쓰지는 못했고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썼다. 어떻게 보면 소설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작업물이었다. 그래도 무언가를 생산해 냈다는 그 사실이 좋았다. 


자잘한 성취를 이룬 후에 나는 새로운 글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소설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반 소설이 아닌 웹소설이었다. 

왜 하필 웹소설이었느냐.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가장 익숙해서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얼마 없는 독서량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게 그나마 웹소설이었다. 


초반부 공백 포함 5만 자(약 7화 분량)까지는 나름대로 순조로웠다. 어느 정도 생각해 둔 내용이 있었고 타자 치는 대로 손끝에서 잘 나왔다. 글이 마음대로 써지는 순간에는 우주로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이래서 창작을 하는 거구나 싶었다. 




글이 막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남들은 보통 첫 작품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들었다. 한 화 분량도 넘기지만 전체 분량도 몇백 화씩 장황하게 글을 쓰게 된다고 했다. 내용을 줄이는 게 일이라고 할 정도로 쓸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근데 막상 나는 그럭저럭 써지는 듯하다가도 전개가 턱 막히고 어딘가 진전이 없었다. 막힌 지점 이후의 줄거리, 서사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런저런 작법서를 사서 읽었다. 본 책들 목록은 대략 이렇다. 웹소설 작법서도 사고 보편적인 스토리에 대한 작법서, 드라마 작법서, 시나리오 작법서, 하다못해 만화 스토리 작법서까지도 읽었다. 


-내가 신이 되는 세상 

-만화의 이해 및 창작 

-백전백승 웹소설 스토리 디자인

-사전 시리즈: 트라우마, 디테일, 캐릭터 직업 사전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 만드는 법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쓰는 법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스토리텔링 바이블 

-시나리오 가이드

-시나리오 마스터

-실패없는 웹소설 작법서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우동이즘의 잘 팔리는 웹툰, 웹소설 이야기 만들기

-웹소설 쓰는 법 

-이야기의 핵심 

-인간의 130가지 감정 표현 법

-인간의 마음을 사로 잡는 스무 가지 플롯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짧은 소설 쓰는 법 

-캐릭터 공작소

-플롯 강화

(등등…)


책에서 설명한 이론을 읽을 때는 따라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실제로 적용하려니 어려웠다.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라느니 욕망과 결핍을 만들라느니 이야기의 구조가 어떻다느니 해도, 스토리 상 들어갈 에피소드는 결국은 내가 생각해 내야 하는 게 문제였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네이버에 있는 웹소설 작가 및 지망생 카페에 가입도 하고 각종 커뮤니티의 창작 카테고리에 질문을 했다.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구상 중인데 자꾸 에피소드를 못 만들어요.” 


사람들은 글이 더 써지지 않는 이유로 캐릭터 구상이 빈약해서 그렇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했다. 캐릭터가 구체화되면 서사는 자동으로 생긴다고.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살아있는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를 구상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스토리 플로터’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스토리 플로터는 픽션 창작을 돕기 위해 플롯과 세계관, 캐릭터 구상을 돕는 템플릿을 제공하는 앱이다. 캐릭터 템플릿에는 아래 항목들이 있다. 


-외모

-목소리

-억양

-단어 선택

-특징적인 행동/버릇

-성격: /형성 이유

-두려워하는 것

-현재 처지

-성장 과정

-평판: /왜?

-버릇: /왜?

-강점

-약점

-콤플렉스 /왜?

-어린 시절 꿈/ 순수했던 때의 이상 /왜?

-이중성: /왜?

-가치관: /왜?

-직업

-가족 구성

-친구/동료

-혼자 있을 때 하는 일 / 왜 그렇게 됐는가?

-주말에 하는 일

-이야기의 시작 위치/ 초반 심경

-중반 심경

-마지막 심경

-이야기의 진행에 따른 변화

-과거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

-캐릭터의 매력(장면)



▼ 스토리 플로터 앱 화면



물론 열심히 써보려고는 했는데 잘 생각나지는 않았다. 항목을 어찌어찌 채워 넣어도 “왜?”라고 물으면 또 머리를 쥐어뜯게 되었다. 그 “왜”를 채우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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