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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초 Jul 26. 2024

(웹소설편) 피드백과 투고

첫작품은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어

충전하는 시간


그렇게 지지부진한 사이에 그해가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지방 소도시에서 취업을 했다. 총직원 20명가량의 작은 회사였다. 첫 출근 날, 환영의 노란 꽃다발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구상이 잘되지 않아서 글은 이듬해 2월 초까지 거의 못 썼다. 다른 사람들은 투잡하면서도 잘 쓰니까 아마도 핑계겠지만, 회사에 다니느라 체력과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뇌가 백지상태인데 피곤하기까지 하니 더는 망상을 할 여력이 없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의 창작물을 감상하면서 지냈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봤다. 영감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래 쓰던 작품은 여전히 전혀 떠오르지 않았지만 새로운 작품의 설정들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 우주를 여행하는 SF 모험물, 짝사랑하다가 배신 당하고 과거로 다시 되돌아오는 회귀물, 왕위 계승 전쟁을 하는 판타지물 등의 메모를 깨작깨작 한글 파일에 적어놓으면서 매일 집과 회사, 카페만을 오갔다. 




피드백을 받아보면 어떨까?


비록 막혔지만 첫 작품인 만큼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었다. 우선은 지금까지 쓴 내용의 피드백을 받아보기로 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오픈 카톡에 ‘문창과, 웹소설, 피드백, 감평’ 등의 단어를 검색해서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렇게 몇 사람을 찾았다. 후보군 중에서 고민하다가 자신을 문창과 전공을 했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결과는 충격적…. 당시 나는 (글이 안 써지는 상태 기는 했지만) 막 창작을 시작해서 소위 말하는 “창작 뽕”에 취해 있었다. 글을 쓸 때면 내 안의 관종욕구가 충족되는 느낌을 받았고 스스로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쓴 소설은 당연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소설이 세계 최고로 재밌고 잘 쓴 줄 알았다. 


그런 내게 다음의 피드백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선사했다. 


“(중략) 여기까지가 본 소설에 대한 간략한 피드백이고 좀 더 깊은 피드백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소설을 통째로 엎어야 할 수준의 피드백. 그러니 이 부분은 앞으로 글을 쓰실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며 대체 이 소설의 장르가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웹소설인가? 아니면 순수문학인가? 그리고 끝까지 다 읽었을 때의 결론은 ‘무엇도 아닌 혼종이다.’였습니다. 


웹소설이라면 좀 더 재미를 추구했어야 했고, 순수문학이라기에는 주제가 너무 직접적입니다. 장르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재미만 있으면 되지.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재미마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왜 재미가 없을까요? 


이야기에 동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작품에 빠져들지를 못합니다. 이야기란 읽는 사람이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감정의 동화를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 주인공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울 때 같이 울며 갈등이 해소되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저는 동화될 수 없었습니다.


(중략) 인물이 약하니 전체적으로 갈등도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힘든 감정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서 전체적으로 내용이 너무 밋밋합니다. 그다지 설레는 에피소드도 커다란 갈등도 없습니다. 


어떻게 읽히기를 원하는지 작가님의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법, 에피소드를 좀 더 연구하시면 더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피드백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맙소사. 신랄한 피드백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맨날 글이 막힌다고 징징대긴 했어도 제 잘난 맛에 글을 썼었는데 팩트로 두들겨 맞으니 온몸이 아팠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동안 앓아누웠던 것 같다. 좀처럼 기운이 없었다. 너무 시무룩해서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노트북을 꺼뒀었다. 소설을 완성해 낼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뭐 하나 제대로 한 적 없는 인생이었다. 그나마 몇 달 꾸준히 붙잡고 있던 게 글쓰기였는데 이마저도 포기하게 되는 걸까.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러나 여전히 처음부터 다시 쓰거나 완성해 낼 자신은 없었다. 





그렇다면 투고를 해보자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첫 작품 속 인물들이 꿈에 나왔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소설 내의 단편적인 장면들이 몇 개 나왔었다. 잠에서 깬 나는 아이패드를 켜고 본문 파일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퇴근 후 나는 한동안 켜지 않았던 노트북을 열었다. 네이버 웹소설 카페에 들어가서 투고하는 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통 투고할 때의 최소 분량은 공백 포함해서 5만 자라고 했다. 출판사마다 양식이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넣기도 한다고 했다. 마침 내가 써둔 분량이 딱 5만 자 정도여서 간신히 투고할 자격 요건이 되었다.


트위터에 들어가서 웹소설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다. 플랫폼에서 봤던 작품들의 출판사 이름을 쭉 적은 다음에 트위터에서 계정을 찾았다. 투고를 받는 곳도, 현재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계정마다 적혀있는 이메일 주소를 긁어서 메모장에 하나하나 붙여 넣었다. 투고 양식이 있는 곳은 파일을 내려받아 두었다.


그렇게 투고 리스트를 만들었다. 내 소설은 지금 넣어봤자 어차피 떨어질 것을 알았지만, 확인 사살을 받고 싶었다. 모두의 거절을 받은 뒤에 깔끔하게 현재 버전에 대한 마음을 접고 새로 리메이크하는 것이다.

 

주말 하루 날 잡고 적어놓은 모든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 제목은 특별한 양식이 없는 경우 ‘[장르] 소설 제목 (필명)’으로 보냈다. 파일의 경우 보통 ‘시놉시스’와 ‘소설 본문’ 이렇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시놉시스는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기승전결에 따른 줄거리를 포함한다. 



▼ 투고할 때 보냈던 메일 



투고는 거의 50군데에 넣었었다. (메일 보내는 것도 엄청난 막일이다.) 그 많은 곳 중에 긍정적인 답신이 온 곳은 단 다섯 군데였다. 당연하지만 아주 영세한 곳들. 떨어지려고 넣는다고 해놓고도 50군데 중 몇 군데는 붙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정말 솔직히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이상하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기쁜 건 맞았다. 


긍정적인 답신은 이런 형식이다. 일단 작품의 어떠어떠한 점이 좋았다는 간단한 리뷰와 함께,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해당 출판사의 출간 시스템과 계약 조건을 간단히 정리하여 알려준다. 


예를 들면 출간 시스템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안내를 한다. 예시일 뿐 출판사마다 세세한 것은 다르다. 


“계약 →원고 확인 →1~n차 리뷰 전달 및 원고 수정 →최종 탈고 →교정 및 편집 /표지 제작 /프로모션 협의 (동시 진행) →출간” 


계약 조건은 내가 쓰던 장르의 신인인 경우 보통 이렇다. 판매가에서 사업 제휴 관계에 있는 업체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가에서 7:3의 비율로 진행된다. 이때 7은 작가, 3는 출판사다. 혹은 6:4의 비율도 일반적인 편이다. 


표지에 대해 미리 말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에는 다섯 군데 다 디자인 표지를 제안했다. 선인세에 대해 말하기도 하는데 한 군데에서 50만 원을 제안했고 나머지에서는 없었다. 


선인세란 어느 정도 판매될 거라고 예상하여 일정 금액을 미리 작가에게 주는 것이다. 선인세를 받는 경우, 런칭 후에 선인세를 전부 메운 뒤부터 남는 금액이 추가로 정산된다. 만약 선인세만큼 팔지 못한 경우 추가 수입은 없는 셈이다. 원고 자체에 돈을 지불하는 원고료와는 다르다. 


반려한 곳에서는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안 주기도 한다. 멘트는 보통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지만 이러이러한 점이 아쉬웠다. 작품이 출판사와 방향성이 맞지 않아 반려하지만 추후에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정도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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