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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초 Jul 28. 2024

(웹소설편) 완결과 계약, 그리고 첫 출간과 정산

어찌 됐든 썼다! 

다시 완결을 향해


깔끔하게 다 떨어진 뒤에 새로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쓰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의외로 몇 군데나마 붙은 것이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다.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투고에 합격을 줬겠지, 싶어서 내 글도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행복 회로가 돌아갔다. 


합격한 곳에는 사실대로 왜 투고했는지 상황 설명을 한 뒤에 리메이크한 원고를 다시 보내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마침 출판사에서도 리메이크를 제안하고 싶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퇴근 후에 다시 카페에 가서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아예 시놉시스부터 찬찬히 다시 쓰기로 했다. 캐릭터 원형은 남기되, 조금 더 갈등이 두드러지고 사건과 에피소드가 있도록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검색하다가 발견한 ‘스크리브너’라는 글쓰기 프로그램도 구매했다. 1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 프로그램이라 조금 망설였는데 완결을 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못 낼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눈 딱 감고 구매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나는 도구라도 가리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한글과는 달리 화별로 나눠서 보관할 수도 있고 유용한 기능이 많이 있어서 사용하기 편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온점 세 개를 연속해서 찍으면 점 3개가 특수기호로 한 번에 묶이는 것으로 변환되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뭘 모르니까 일일이 온점을 찍었었다. 언젠가 검색하다가 알게 된 바로는, 점 3개를 묶어서 특수기호로 입력하는 게 책 출간할 때의 기본적인 형식이라고 했다. 


▼작업 중인 스크리브너 화면 (본문은 지움)



새로운 장비도 생겼겠다,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근데 글을 조금이라도 써보니까 알게 된 버릇인데, 나는 도입부와 결말은 보통 생각해 낸다. 하지만 사이사이 에피소드를 떠올리지 못하고 대충 “중략…”이라고 써놓고 건너뛰면서 간간이 떠오르는 장면들을 써두고는 했다.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지 못하는 버릇이 글 쓸 때도 튀어나왔던 것이다. 


(첫 작도 못 끝냈지만) 차기작을 끼적일 때도 띄엄띄엄 썼고, 첫 작품의 다시 쓰는 버전도 마찬가지였다. 중략을 넣어가며 건너뛰니 나중에 부분부분 메꿔가며 쓰는 게 고역이었다. 완결을 내려면 아무래도 이런 버릇부터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리메이크 버전을 쓸 때는 최대한 넘어가는 것 없이 순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어찌어찌 완결, 그리고 계약


총 글자 수 공백 없이 5만 2천 자. (공백 포함하면 대략 7만 자 정도 될 것이다. 플랫폼에는 공백 미포함 글자 수로 표시돼서 공백 없는 글자 수를 썼다.) 


10월쯤부터 구상과 집필을 시작했던 소설이 이듬해 6월에야 완성되었다. 마지막 문장을 써냈을 때 후련함과 이제는 글을 떠나보낸다는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장장 9개월간을 매달려 있던, 자식과도 같이 소중한 글을 완성하고 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퇴고를 같이하는 타입이라, 아직 전체적인 퇴고가 남기는 했어도 끝낸 것이나 다름없는 기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전에 합격했던 출판사에 연락했다. 답변은 거절이었다. 기존에 투고할 때 예상 분량을 8만 자 정도로 잡았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상심한 나는 이전에 투고했을 때는 불합격을 주었으나, 혹시 리메이크해서 다시 도전해도 되냐는 내 메일에 그렇게 하라고 했던 작은 출판사에 정말로 다시 넣었다. 보통 다시 고쳐 쓴 원고는 떨어진다는 게 정설이라, 출판사에서도 아마 정말로 다시 넣을지는 몰랐을 것이다. 


사실 정말 글 쓰는 게 좋다면 혼자 써서 혼자 보는 거로 만족했으면 되는데 출간에 집착하고 있는 내가 미저리 같았다. 그렇지만 버는 금액을 떠나 글을 써서 돈을 조금이라도 번다면 행복할 것 같아서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다시 넣은 곳에서 이번에는 합격 메일을 보냈다. 이미 완고가 있으니 계약을 진행하고 완고를 넘기면 되는 상황이었다. 


계약은 전자 서명으로 진행되었다. ‘배타적 발행권 설정 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하는데 꼼꼼하게 읽어본 뒤에 빈칸에 서명을 입력하면 된다. 추가로 보낼 서류로는 주민등록증 사본과 통장 사본이 있다. 


계약 후에는 담당자의 전반적인 작품 리뷰가 온다. 그다음에는 오탈자 수정을 포함한 내용에 대한 피드백 및 수정 제안을 담은 파일이 온다. 고칠지 말지는 작가 마음이지만 나는 대체로 빼면 좋겠다는 내용은 빼고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은 새로 써서 추가했다. 


출간일은 두 달 뒤로 잡혔다.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직 출간 예정작 목록에 뜨지는 않았었다. 어느 날 담당자에게 급한 일이라고 전화가 왔다. 몇 시간 이내로 플랫폼에 답신을 해야 해서 부득이하게 전화를 걸었다며, 작은 프로모션을 하나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출간일이 한 달 정도 뒤로 미뤄진다고 선택을 나에게 맡긴다고 하셨다.


워낙 짧은 분량이라 프로모션을 받을 게 없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좋은 기회가 있다니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출간일이 미뤄져도 좋으니 프로모션을 받고 싶다고 했다. 내용은 하루 동안 신간 목록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드디어 출간


출간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플랫폼에 들어갔다. 쌩 신인인 데다가 사람들이 잘 선호하지 않는 초단편이니 볼 사람이 없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하지만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초연하자고 다짐했지만 일을 하다가 자꾸 새로고침을 하기 일쑤였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이었다. 리뷰가 간혹 달리기는 했는데 덕질을 같이하던 오픈톡 사람들이 달아준 거라 사실상 지인 장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조금 장문의 리뷰가 달리면 핥듯이 몇 번이고 읽어가며 만족감을 느꼈다. 나는 관종기가 있었고 자기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성향인데 그 방식이 글쓰기였기에, 내 글을 읽고 누가 감상을 남겨주는 게 너무나도 달콤했다. 


아마 런칭일 하루 동안 별점이 20개 정도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모션도 그날이면 끝이었기에 첫날 성적이 최고 성적이라고 알고 있어서 시무룩해졌다. 사실은 20개나 달린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마음이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최고였으니까. 내 작품은 우주에서 최고로 재밌을 테니까. 자의식이 비대해지다 못해 풍선처럼 빵 터질 것 같은 상태였다. 


어쨌든 더 이상 리뷰 창을 들락거리는 행동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초연하지 못할 바에는 자극을 차단해 버리는 게 나았다. 그럴 시간에 차기작을 조금이라도 쓰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다. 차기작이야말로 최고의 프로모션이라지 않던가.





첫 정산


보통 출간일의 익익월, 즉 다다음 달에 첫 정산이 이루어진다. 9월에 출간한다면 11월에 9월분에 대한 첫 정산을 받는 것이다. 내 경우는 엑셀 파일로 정산 내역이 왔다. 판매 금액이 곧 구매자 수나 다름없었기에 파일을 열려니까 너무 긴장됐다.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읽어주기는 할까? 싶은 마음 반,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읽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반이었다. 


결과는… 총판매액 276,000원. 내 작품의 판매가가 1,500원이었으니 184명이나 내 글을 읽은 셈이었다. 와우! 


▼ 첫 정산 파일 



플랫폼 수수료를 떼고 출판사와도 나눠 가져서 실제 내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절반이 안 됐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다는 게 눈앞에 사실로 들이밀어지니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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