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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초 Jul 30. 2024

내 웹소설도 불법 파일 공유가? (그 외 나머지 말들)

불법 공유 대처 및 웹소설 편 마무리

내 작품도 불법 파일 공유가?


첫 정산 받은 것을 동력 삼아 차기작 구상에 몰두하던 어느 날. 아는 작가님으로부터 불법 사이트에 내 작품이 유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기적으로 본인의 작품이 불법으로 공유되는지 모니터링을 하는데 우연히 내 작품도 발견했다고. 캡처본도 함께 주면서 고소할 때 자료로 쓰라고 하셨다. 


불법 파일조차 없을 정도로 심해로 가라앉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정말 솔직히는 기분이 엄청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이라는 뜻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텍본 유출 사실을 알려주신 작가님은 단호하게 불법 파일로 보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라고 했다. 


내게도 생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출판사에 사이트 링크를 보내고 불법 파일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출판사에서 조치를 취한 건지 사이트 내에서 내 작품의 페이지가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출판사에 알리지 말고 불법 공유 링크가 계속 유지되게 한 다음에 고소했어야 했구나 싶다.


며칠 뒤에 하루 반차를 내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고소장 접수와 함께 사이트 pdf 캡처본과 다운로드 받은 불법 파일, 그 불법 파일을 열어서 확인한 화면 캡처본, 내가 썼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타 자료 등을 제출했다. 


▼ 불법 유출 텍본 고소를 위한 파일 목록 




담당 경찰관은 이미 내 작품의 링크가 사라져서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일단 접수는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말라고. 그리고 웹소설 작가가 직접 불법 파일 고소하는 걸 처음 본다고 신기하다면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괜히 조금 머쓱했던 기억이 난다. 





출판사에서 선물이?


한동안 조용하던 메일함에 숫자 1이 떴다. 출판사에서 온 메일이었다. 연말 선물을 보내려는데 계약서에 있는 주소가 맞는지 확인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작가들이 출판사에서 선물 받은 경험담을 읽기는 했었지만 정말로 내가 받는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잘 안 났다. 


답장을 보낸 뒤에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택배가 하나 와 있었다. 보는 순간 출판사에서 보낸 건가보다 싶어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편지와 함께 온 선물을 뜯어보니 맥주 세트가 들어있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어서 고르신 건가 싶어 섬세함에 감사했다. 실제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이때의 나는 모든 것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다. 


▼ 출판사에서 보낸 선물 



담당자님에게 연말 선물 잘 받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말로 기쁘다고, 감사하다고. 아까워서 먹지도 못할 것 같다고. (그래 놓고 그날 하루 만에 다 마셨다.)





오랜만에 재도전 및 그 외 팁


다른 챕터에 나오겠지만 글이 안 써져서 쓰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백지상태가 몇 년이고 이어져서 그림으로 전향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메인으로 창작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 처음으로 창작했던 분야가 글이기에 글에 항상 미련이 남아있다. 언젠가는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와서 술술 써 내려가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지인 작가가 갑자기 19금 초단편 웹소설을 써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출판사를 끼고 정식으로 이북 출간은 하지 않았는데, 유료 연재 사이트에서 19금 장편을 써서 두어 달 동안 200만 원가량 벌었다고 정산 내역을 보여주었다. 


상황이 어렵기에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도 2만 자 이내의 초단편을 쓰면서 다시 글 근육을 키워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이 끌렸다. 글을 다시 쓸 수 있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재활용이니 나만 본다고 생각하고 그냥 쓰면 되는데, 태생이 관심종자인 나는 기왕 쓴다면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같이 논의하다가 지인은 단편을 여러 개 써서 무료 연재 사이트에 단편집으로 올려보자고 했다. 나도 알겠다고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단편집은 19금 고수위 물이 아니면 사람들이 안 본다는 점이었다. 


19금 장면을 쓸 때면 욕구와 체력이 부족해서 일명 “꼴리는” 글을 쓰지 못해왔기에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19금 장면을 쓸 수 있을까. 재활한다고 시작해서 절망만 하고 끝나는 건 아닐까. 


그래도 일단 써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뭐라도 시도하면 기회가 생기는 법이니까.


지인 작가와 함께 키워드를 정했다. 메이저 키워드로 몇 개 고른 뒤에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첫 장면부터 일단 19금 장면으로 시작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목석이 쓴 것처럼 건조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써질 때는 물론 재밌긴 한데 도무지 야한 장면이 생각나지도 않고 생각나더라도 충분히 야하게 느껴지도록 글을 쓸 재주가 없었다. 쓰다 보니 총 7화 분량, 공백 미포함 2.3만 자를 썼는데 정말로 힘들었다. 수십 수백만 자짜리 초 장편 웹소설이 판치는 와중에 2만 자라면 굉장히 적어 보이지만 막상 채우려면 정말로 어렵다. 짧은 분량이 아니다. 


초단편 하나를 쓰는데 2주가량이 걸렸다. 원래 목표는 초단편을 이어서 쭉쭉 써나가면서 무료 연재를 계속하는 것이었는데 완전히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렸다. 두 번째 초단편을 4화 분량까지 쓴 뒤에 더 이상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또다시 막혔다. 지인과 의기투합했던 것은 내가 계속 써 내려가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되었고 나는 다시 글 권태기에 빠져버렸다. 


초단편은 첫 달 반짝 일회성 수입이 기대되는 게 보통이다. 어차피 연재를 못 할 바에야 그 수입이라도 얻어서 자존감을 좀 받쳐주자 싶었다. 플랫폼에서 초단편을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들을 찾아낸 뒤에 총 7군데에 넣었다. 


초단편이라 금방 읽어서 그런지 금요일에 보냈는데 그다음 월요일에 답장이 왔다. 총 네 군데에 합격했고 두 군데에서 반려를, 한 군데에서는 아직까지도 답장이 없다. 


▼ 투고 합격 메일




계약을 앞두고 정보를 알아보면서 파악한 팁들이 몇 개 있다. 이는 초단편 소설에 해당한다. 장편 소설은 모른다. 


-초단편은 선인세가 없다. 

-1만 원 정도 팔리는 게 보통이다. 플랫폼 베스트 순위에 들어봤자 한 작품이 총 버는 금액이 10만 원이 안 될 확률이 높다. 

-100원, 200원 차이가 매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정산 비율 6:4와 7:3은 정말로 수입에 차이가 크다.

-벽지 산간 오지에 있어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 플랫폼들이 의외로 중요하다. 


나는 계약 확정할 출판사를 고를 때 종수가 많아서 일 처리가 확실할 것 같으면서 비율이 그나마 높은 곳을 골랐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자 계약서를 썼다. 출간까지 최소 40일~80일이 걸리고 출간 열흘 전에 메일을 다시 준다고 해서 지금은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웹소설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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