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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초 Aug 13. 2024

그림을 재밌게 그리려면? -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자

즐겁게 그림 그리는 게 최고야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라


수업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오면 그것에 대해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한다면 더 체계적이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취미 단계에서는 재미를 느끼면서 지속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뭘 그리면 좋을까… 고민에 빠졌다. 덕질을 하면 그림에 재미를 느끼면서도 많이 그려서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고 들었다. 그럼 슬램덩크 캐릭터를 열심히 그리면 될 텐데? 아쉽게도 첫 수업을 기다리던 일주일 사이에 개인적인 일로 인해 슬램덩크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엄청 그리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임의로 몇 가지 상황을 설정해서 그림을 그려갔다. 


▼ 첫 과제로 그려간 그림



피드백은 내 그림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필요한 만큼만 설명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얼굴 이목구비의 비율, 신체 비율, 약간의 해부학과 근육의 움직임 등에 대해 알려주셨다. 옆모습을 그릴 때 코끝과 턱을 연결하면 입술이 그 선 밖으로 안 나온다든지, 나이 들어 보이는 인물을 그리려면 턱이 더 쳐져야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부족한 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 시연하면서 가르쳐줬다. 


▼ 두 번째 과제로 제출한 그림의 피드백 



그 밖에도 그때그때 필요한 단축키나 기능도 함께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Ctrl+Shift를 누른 채로 그림을 누르면 그 그림이 그려져 있는 레이어로 바로 이동된다. 


작업할 때는 좌우 반전을 자주 하면서 하라는 팁을 주기도 하고,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핀터레스트라는 시각 자료 사이트를 알려주셨다. (습관이 잘 들지는 않았다.) 






약간의 권태기와 재시작


부끄럽지만 또 금방 그만뒀다. 여름이 오고 날이 너무 더워지면서 축 쳐졌다. 수업도 한 달 반 만에 그만뒀다. 선생님은 나에게 그동안 가르쳤던 사람 중에 짧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실력이 는 학생이라고 했다. 수업은 그만두더라도 그림을 계속 그리면 좋겠다고. 근데 그냥 한순간에 질려버렸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안 그리면서 짧은 서너 컷짜리 만화를 그리면서 지냈다. 근데 또 일상을 보내다 보니 문득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이 왔다. 일러스트를 그리지는 않았고 한동안은 웹툰 쪽에 관심이 가서 웹툰 모작을 하거나 짧게 생각나는 만화들을 그렸다. 


다시 쫌쫌따리 일러스트를 그리기 시작한 건 그해 겨울이었다. 어떤 상황을 그리면 좋을까 하다가 ‘새벽에 산 정상에서 무야호를 외치는 소년’을 그려보기로 했다. 


▼ 일러스트 구도 구상해 본 것 




이것저것 그려보다가 반 측면으로 외치는 게 마음에 들어서 그거로 정했다. 손 그리는 게 어려워서 직접 내가 자세를 취한 뒤에 사진을 참고했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부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선풍기 강풍으로 쐬고 있는 것처럼 완전히 휘날리게 됐었다. 


▼ 수정 전 러프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가 보이는데 경계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었다. 유튜브에 머리카락 그리는 방법을 찾아봐도 손이 따라주지가 않았다. 정면 돌파하는 게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됐겠지만, 강풍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은 너무 부자연스럽다는 핑계를 대며 우회하기로 했다. 


▼ 완성된 일러스트 



포커스를 인물에게 맞춘 것처럼 배경 사진을 조금 흐리게 하고, 일출 느낌을 내기 위해 새벽에 햇빛을 받는 것처럼 팔 쪽에 노란색으로 넣어주었다. 종이 질감이 나도록 합성도 하고 나니까 나름 그럴싸하게 완성됐다. 명암 그림자 넣는 법을 여전히 몰라서 이 부분이 향상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려동물 일러스트를 그려보자


지인의 제안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동물을 그리는 데는 원래 흥미가 없었는데, 지인이 아는 분에게 반려동물 그림을 선물 해주고 싶다고 나에게 부탁했다. 처음에는 원하는 그림이라고 예시로 준 게 나랑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안 하려고 했었다. 근데 다른데 맡길 수도 있는데 일부러 나한테 용돈벌이 겸 맡겨주는 거라 고민 끝에 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도 괜찮을 거 같기도 했고.


▼ 처음으로 그린 강아지 그림 



그리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였다. 브러쉬도 적절한 것을 써야하긴 했겠지만 그 이전에 내 실력의 문제 같았다. 털을 선으로 그린 뒤에 투명도를 낮춰보기도 하고 에어브러쉬 같은 걸로 뭉개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어찌어찌 완성해서 전달했다. 


그다음에도 털이 짧은 흰색 강아지 한 마리를 맡겼는데 도무지 못 그리겠어서 못 하겠다고 했다. 주문 제작은 역시 힘들어….


일부러 나에게 맡겨준 건데 못 하겠다고 포기하니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조금 들었다. 시무룩한 것을 조금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는 고양이를 그려보기로 했다. 제대로 그릴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는데 일단 인터넷에 반려동물 그려준다고 글을 올려서 신청받았다. 


▼ 신청받아서 그린 고양이 그림들 



위의 두 개는 처음 신청받았을 때 그린 거고 아래 두 개는 몇 마리 더 그려서 연습해 보면서 익숙해진 뒤에 그린 거다. 그리다 보니까 합성하면 재밌을 거 같아서 또 해버렸다. 역시 취향을 가득 담아야 그림 그리는 게 재밌나보다. 



-디지털 일러스트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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