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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딩 Dec 16. 2021

히나스테라는 처음이시죠...?

처음이 아닌 것들이 없었던

대충 봤던 악보를 제대로 봤고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악보가 쉬워 보였던 건 정말 외관상이었던 게 다였다

물론 1악장이긴 했지만 이렇게 똑같은 손가락 번호만 쓰는 악보는 처음 봤다(2-3-5의 향연). 빠르기는 또 너무 빨라서 내가 어느 부분을 듣고 있는 건지 가늠도 안 갔고 오른손과 왼손이 이렇게 붙어 있는 악보도 거의 처음 봤다. 당황하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진정시켜 주셨다

"이 부분은 정말 연습하는 만큼 정직하게 나오는 부분이에요. 정말 연습할 시간이 없으시면 하루에 다섯 번만 치자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늘어요." 선생님이 그렇다고 하시니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더 문제인 건 박자였다. 항상 혼자 쳤기 때문에 박자는 거의 신경 안 쓰고 쳐왔는데 선생님이 굉장히 강조하시기도 했고 레슨 때마다 틀리니 정말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짬밥(?)이 있는데 차마 모른다로 말하기가 아주 조금은 창피해서 아는 척을 했더니 선생님은 아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모르겠는걸

대체로 이렇게 여섯 음이 꽉 차 있어서 감이 금방 잡혔지만

아르헨티나 무곡(아르헨티나의 춤)은 6/8박자로 되어있는데, 쿵 짝짝 쿵 짝짝, 이런 왈츠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정말 느낌만. 그래서 3/4박자와 차이점이 뭘까라는 의문점이 생겨 찾아본 결과, 그냥 작곡가의 마음이란다.

금방 여섯 음 이외의 다른 형식이 나와버리면 급작스레 박치가 된다

 여섯 개의 음을 박자에 맞춰 칠 땐 괜찮지만 중간에 2와 3분 할로 나누어질 때는 선생님과 박자가 맞았던 적이 정말 한 번도 없었다. 결국 선생님은 손수 메트로늄을 세팅해 주셨고 나는 이 부분이 메트로늄의 소리가 맞물릴 때까지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 쳐봤을 때는 언제 익숙해지나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다행히 몇 번에서 조금만 더 쳐보니 어느 정도 감이 오긴 했다. 문제는 메트로늄의 속도를 높일 때마다 그 감이 세상 허무하게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같은 손가락 번호로만 치는 음계들,  끝까지 잘 칠 틈을 주지 않는 쿵 짝짝 쿵짝짝이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그리고 진정하자. 아직 1악장 첫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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