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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딩 Nov 30. 2021

대회 곡을 정하다

대중성 vs 개성

슬슬 수업한 지 한 달이 지나가니 선생님이 슬슬 대회 이야기를 꺼내셨다.

대회 일정과 조건, 입상자들의 공연을 보다 보니 선생님이 제대로 자극을 받으셨던 것 같다. 생각보다 다 너무 잘한다며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하셨다. 그래 전공자 눈에는 그럴 수 있어.

고민하시다가 마지막으로 들려주신 곡이 히나스테라의 '아르헨티나의 춤'이었다

https://youtu.be/xeUVX6g2-BQ

정말 처음 들었을 때는 이건 뭔가 싶었다.

빠르기도 엄청 빨라서 악보를 볼 수도 없는 데다가 감성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어서 내가 피아노를 치는 이유와 들어맞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고민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번째 이유는 악보 보는데 어렵지 않았던 것. 악보 보는 건 둘째치고 난이도가 있는 곡은 대체적으로 수많은 옥타브(도에서 도까지)가 있는데 한 옥타브씩 겨우 치는 나에게는 당연히 대회에 나가게 되면 그런 옥타브가 많이 있는 곡을 치게 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것이 대회 나가기가 꺼려졌던 이유이기도 했다.(물론 다른 부분에서 난이도 있는 것도 걱정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들리는 것과 상관없이 악보를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악보들보다 쉬워 보였다.

두 번째 이유는 2악장이다.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곡인데, 1,3악장은 양상이 비슷한 반면 2악장은 느낌이 정반대이다.

처음 들을 때는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두세 번 듣다가 푹 빠져버린 나를 보며 이건 쳐야겠다 싶었다. 쳐서 더 깊게 빠지고 싶은 충동이 다가왔고 며칠 동안은 이 부분만 연속 재생으로 틀어놓았다. 이렇게 적다 보니 또 듣고 싶을 정도로


어느 정도 독특했던 곡의 느낌

망설이면서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들었던 건 곡 그 자체였다. 독특해서 끌렸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도 특이하다는 것 외엔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고 내가 좋았던 2악장마저도 공감받지 못하니 정말 누구를 위한 곡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하는 이유를 말했을 때도 다들 그러면 대회에 나가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동의했다.

요즘엔 연습하는거 색칠 안하고 이렇게 구슬로 넘긴단다 진짜 너무귀여워

대중적인 곡을 고르냐, 개성 있는 곡을 고르냐

이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내 곡이고, 내 대회인데 남들에게 영향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방법이 있겠는가, 내가 아무리 클래식을 좋아한다 한들, 아무리 많은 곡을 들어봤자 이런 식으로 고민한다면 결국 아무런 곡도 못 정하지 싶었다. 결국엔 큰 마음먹고 이 곡으로 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며칠 뒤 선생님에게 이 고민을 얘기했을 때, 전공자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곡이라고 하셨고, 그 고민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해결되었다. 아마추어들에게만 개성있는곡이고 프로들에게는 잘 알려진 대중적인 곡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

역시 고민은 꺼내놓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또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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