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곤딩 Nov 07. 2021

첫 수업_1

나만의 것을 치지만 그것이 과연 내것일까

십 년 만의 템페스트 수업이라니.악보를 읽는데엔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직 속도를 내기보단 구석구석 제대로 치는 법부터 시작했다.




첫 줄

템페스트 첫 마디, 마지막 마디

오른손은 약간 뉘여서 치며 첫 번째(3번 손가락) 음은 꾹 누르고 두 번째오는 뒷음은 약하게

생각보다 뒷부분에 힘이 많이 가서 저절로 소리가 커졌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손목을 약간 사선으로 두어 무게가 2번 손가락으로 가지 않게 연습해야 한다.  2번과 3번의 강약을 지킴과 동시에 전체적으로도 점점 커지는 크레센도(피아노에서 시작해서 포르테로 끝나는)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빨리치면 이 모든 요소들을 다 놓치게 된다. 

p : piano 여리게

f : forte 세게


마지막 마디는 약간 크게 터치 후 나만의 템포, 나만 아는 쉼 타이밍을 만들어 부드럽게 한숨 쉬듯이 마무리 

sf (스포르잔도) : 특히 그 음을 세게







그리고 이 곡에서 얼마 안되는 우아한 파트.

 웃긴건 선생님이 말해주시기 전까지 여기가 그런 파트인 줄 몰랐던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인건지, 괜히 이제서야 조금 부드럽게 들리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로 거의 오 년정도 이 곡을 접하고 있었다보니 다시 부드럽게 치려니까 정말 손가락이 안따라주는 느낌이었다. 최대한 부드럽게 치려고 약하게도 쳐보고 쉬어줘도 보고 했는데도 어색하다. 아마 이 부분은 다음 레슨때 한 번 더 물어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단 많은 연습이 뒷받쳐주어야 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부드러운 느낌을 내려니까 미스터치가 더 부각되서 들리고 안틀리기 위해서 더 손가락을 더 넓게 찢으려고 애쓰는게 보지 않아도 소리에서부터 티가 난다. 부드러움은 커녕 어색함과 미스터치의 환상의 조합이었다.



 

나만의 음악을 만들자 

이번 수업에서는 조금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내 기억에 오래남았던 것은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첫 시작 후 네 박자를 지키되, 그 박자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었고 앞부분을 세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치지만 너무 뚜렷해서는 안될 정도로, 한 마디로 내가 알 정도의 강약이었어야 했다. 마지막 마디의 터치도 마찬가지. 약간의 쉼이 들어가야 하지만 남들이 크게 눈치채지 못할 나만의 쉼이어야 했다. 연주를 들을 때 악보를 겨우 따라가는 수준인 내가 나만의 템포, 강도, 쉼을 알아채려면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익숙해져야 할까. 약간의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또 그 '나만의 앎'이 결국에는 남들의 귀에도 좋게 들린다는 사실이 조금 아이러닉하게도 느껴졌다. 결국 사람의 귀는 다 똑같고 나의 실력은 아직은 우물안 개구리인거지. 

이전 01화 아마추어 피아노 콩쿨에 도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