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1,3악장과 마찬가지로 2악장도 첫마디가 굉장히 중요한데, 첫마디 중에서도 제일 첫 음인 왼손 '라'(5번 손가락)의 터치가 굉장히 중요했다. 페달을 밟았을 때 첫 '라'가 한 마디가 끝날 때까지 들려야 할 정도로 오래 남아 있어야 하는데 피아니시모를 생각하다 보니 자꾸 짧게 끝내버렸다. 역시 아직 강도를 반영하기엔 무리다.
첫 번째 음이 길었다면 두 번째 '미'는 첫 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짧고 여리게 치지만 그 짧은 텀 안에서도 최대한 길게 눌러야 했다. 마치 연인에게 질척거리듯이 건반에서 손가락을 떨어트리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라며 혼자 잠깐 상상했다. 또 마침 탱고도 끈적거리는 느낌이지 않은가!
선생님은 십 대 입시생들이 손가락을 건반에서 빨리 떼어 난다는 실수를 가장 많이 한다고 하셨다. 나도 입시준비를 했을 때 차분히 치라는 말을 꽤나 들었던 터라 만약 내가 전공으로 피아노를 계속 했었다면 같은 점을 지적받았을 것 같았다. 성인이 되고나서 이 조급함을 없애기 위해서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면서 고치려고 꽤 노력했었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최근에는 차분해졌다는 소리를 조금씩 들어서 나름 뿌듯했는데, 얼마전 성인이되고나서 간 첫 피아노 학원에서 성격급하지 않냐는 질문을 첫 수업때 들었다. 나의 후천적 차분함이 건반까지 가기엔 아직 한참 멀었는지, 명상을 더 해야하나 싶었다. 손목을 풀고 돌리면서 치면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도 균형 있게 힘이 분배된다는 조언도 얻었다. 명상은 명상이고 일단 선생님의 말씀을 많이 반영해야하는게 우선이다.
오른손 역시 신경 쓸게 한가득이었다.
같은 손으로 누르지만 따로 노는 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쳐야 한다며 윗부분을 오른손으로, 아랫부분을 왼손으로 따로 쳐보며 각자 나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셨다. 아마 한 손으로 치더라도 두 음이 매우 또렷하게 같은 사운드로 나야 한다는 걸 말해주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이고 몸은 몸대로 따로 노는 법. 두 음이 따로 들려야 하는데 아무리 따로 쳐도 초보자 귀에는 아직 그 차이가 들리지 않았다. 균등하게 분배된 메조포르테와 크레센도는 언제쯤 느낄 수 있을지, 참 갈길이 멀다.
수업 정리
왼손 + 오른손 강약 일단 생각하지 말고 고르게 소리를 내는 연습
왼손은 5번, 2번 피아노(작게) 안에서 손가락의 강약을 조절하고 최대한 끝까지 건반에서 손을 떼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