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변승민 님 / 무빙 함진님과 함께한 한국영화아카데미 포럼
한국 영화 아카데미 _ 40주년 기념행사 '포텐 포럼'
저는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한국영화아카데미 포럼에 참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바로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요.
아카데미 동문회 주최로 이루어진 행사이기에 여러 영화 관계자 분들께서도 함께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저는 일개 일반인 참석자일 뿐이지만 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 영화 업계로 진출하기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으로서 정말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오게 되어 기록 삼아 후기를 남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40주년 기념행사 [포텐]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3년을 빛낸 콘텐츠 리더들의 제작 경험을 중심으로
영화/시리즈의 내일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창작자를 꿈꾸는 누구나 환영합니다.
1. 패널 소개
변승민 대표 / 클라이맥스스튜디오
한국영화의 보편성은 국가발전과 세계적 화두의 조화.
“한국이 짧은 시간 다양한 사건을 겪고 국가 발전을 이루면서 당면하게 된 여러 문제와 메시지들이 현재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는 문제들과 맞닿아 보편성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여기에 전통 놀이나 설화, 고유의 의식뿐 아니라 특수한 정치·사회적 배경과 역사가 빚은 한국만의 고유한 색채와 어우러져 전 세계에 매력적으로 어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콘텐츠의 OTT 발전.
“한국의 콘텐츠와 창작자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만큼 국내 OTT, 투자배급사들도 영미권, 타 국가의 유명 창작자들을 만났을 때 유사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춰야 더욱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모델이 도출될 겁니다.”
함진 이사 / 무빙 제작 총괄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중요시.
"익숙함만 추구하면 뻔하다며 외면당하기 쉽고, 새로움만 추구하면 폭넓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거든요."
무빙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7대 3으로 조화를 이룬 결과.
"부모 자식 간의 애틋한 관계나 선과 악의 대립은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모든 세대에게 익숙한 이야기잖아요. 반면, 다친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는 능력처럼 다양한 초능력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엔 새로움이 있었죠.”
2. 진행 내용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 함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웹툰일 때도 재밌고 영상화해도 재미있을지가 중요하다. 콘셉트와 아이템이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웹툰만의 연속성이라는 구조가 영화나 드라마라는 구조를 통해서도 잘 표현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또는 웹툰의 캐릭터가 드라마로 구현될 때 매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힘이 있는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변승민 대표님
"작품을 만들 크리에이터가 없으면 접근을 못하게 된다. 원작과 각본 작가와의 조합이 중요하다. 웹툰, 시리즈물, 영화의 파동이 다 다르다.
웹툰은 각화에 파동이 있다. 다음 화를 보게 만들기 위한 작고 일정한 주기성이 빠른 구조다. 이에 비해 영화는 2시간 안에서 빌드업을 통해 클라이맥스까지 가는 리듬을 가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웹툰 원작의 기존 구조를 다 해체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즉, 보기 좋은 원료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 아티스트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제작의 어려움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제작이란 문제 해결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제작보다는 기획의 어려움이 더 크다. 감독 및 캐스팅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이후로는 좋은 대본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힘이 든다. 대본은 기약이나 목표치 없이 산출하지 못하는 결과물이라 끝없는 디벨롭이 필요했다."
변승민 이사님
"몸값을 제작할 때가 생각난다. 몸값의 원작을 처음 보고 내 어느 작품의 도입부로 쓴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만 단편을 억지로 늘리지 않는 것이 존중과 제대로 된 키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 작품의 형식적인 미(원테이크)를 지키고자 했고 대중이 잘 알고 있지만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얼굴 캐스팅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기존 극장과 OTT의 차이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OTT는 본사의 방침이 한국과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방영일로부터 97일 전까지 모든 회차를 미리 만들어야 한다. OTT 회사에서 본사의 규정을 조율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비해 영화는 개봉일이 정해지고 나면 그 사이에 마케팅을 시작하는 등의 과정에서 극장 개봉까지만 문제가 없으면 일정 조정이 가능했다.
사실 무빙 제작 시에도 2시간 영화를 10편 찍듯이 제작해야 했다. 또한 OTT 회사 내 여러 부서들과 협의를 하게 되면서 기존 극장과 달리 제작사 소통의 창구가 훨씬 많아져 피곤한 부분이 있었다."
변승민 대표님
"기존 극장, 영화 체계에는 알게 모르게 생겨진 규칙이 많다. 특히 상업 영화는 그것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 수 없이 만들어진 암무적 규칙들이 있다. 이에 비해 OTT는 규칙이나 포맷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았다.
몸값 제작 과정에서 러닝타임의 기준을 어떻게 상정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과 설득 과정이 있었다. 편당 30분을 제안했지만 OTT에서는 최소 40분이어야 관객이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결국 30분으로 끝내 설득해 내면서 얻어지는 성취의 즐거움이 있었다, OTT는 다양한 부분의 시도와 혼돈이 있는 것 같다."
OTT 흥행 및 작품의 휘발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고생해서 만들어진 콘텐츠인데 유통이 시작되면 흥행은 2주 정도로 빠르게 휘발되는 부분이 있다. 빠르게 넓게 퍼지는 것이 좋은 거지만 동시에 어떻게 오래 보일 수 있나?라는 고민이 생긴다. 재관람 가능한 것이 영화의 장점인데, 시리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시리즈 오픈 방식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동시 오픈을 관객들은 좋아하고 익숙해한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동시 오픈 된 적 없이 1주마다 하나씩 오픈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설득을 통해 무빙은 7화까지 한 번에 오픈하고, 그 뒤부터 2 회차씩 공개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다. 이를 통해 티브이 드라마를 본방사수 하는 것처럼, OTT시리즈도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덕분에 작품의 휘발성을 늦춰서 콘텐츠를 늘릴 수 있었다 생각한다."
극장 시장의 불황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극장 시장은 코로나 이후로 관객이 없어지는 불황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와서 보기 때문에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극장에서 방영했을 때에 흥행작이 될 영화의 성격이 전보다 달라질 것이다. 극장까지 와서 소비를 하기 때문에 관객의 만족 기준이 높아졌다. 작품성은 당연하며 확실한 장르의 엔터테이닝과 주제 의식을 주어야 한다. 즉, 극장에서 잘 될 수 이쓴 기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변승민 대표님
"우리는 사실 극장 거품 시대에서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극장의 경쟁 심화로 감독 본연의 색채가 사라지면서 관객도 사라지는 순환에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거품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극장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의 정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이젠 영화를 제공하는 장소의 특수성도 중요하다. 만약 호러라는 장르만이 나오는 전용 극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존에서 벗어난 지점의 새로운 웨이브가 생기지 않을까?
지금은 아무리 비싸고 멀더라도 자신이 좋으면 찾아가는 시대이다. 큰 덩어리로 응축되어 있던 극장을 각 부분 별로 세분화하여 키운다면 다양성이 존재하는 극장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서진 이후에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처럼, 위기는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뭔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제작의 어려움을 극복함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제작은 각자가 원하는 지점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이것이 사실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이다. 그 안에서 제작자가 설득과 소통의 과정을 통해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 그때의 기쁨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극복이 된다.
제작자는 기본적으로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설득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제작가 개인의 성격들이 반영이 된다.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읍소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도와달라고 빌고 읍소하는 사람이다.(ㅋㅋ) 하나의 방식이 다 옳고 그른 게 아니라 각자가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가 딱 해결이 됐었을 때는 기쁨이 너무 크다. 그래서 제작을 한다라는 것은 소통과 어떤 설득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어려움들을 계속 극복해 나가는 저만의 어떤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승민 대표님
"제작 과정에서 부분적인 기쁨들을 찾으려고 많이 하는 것 같다. 정상적인 분 들하고만 팀 플레이를 해도 힘든 게 많은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솔직히 다 이상한 사람이지 않나. 영화에는 두 종류의 감독이 있다. 미친 감독과 더 미친 감독. 나는 제발 미친 감독을 만나게 해달라고 빈다.(ㅋㅋㅋ)
자신의 영화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다면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가거나 누군가의 도움이나 또는 본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여기서의 해결은 포기하는 것도 해결이다. 영화는 나랑 안 맞는 거 같네. 난 다른 걸 해야겠다. 이런 것도 저는 너무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뭔가를 포기하는 게 선택을 안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엄청난 선택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그 찰나에서 어떤 작은 기쁨들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들을 그냥 꾸준히 일상처럼 해나간다면 그 안에서 이제 자기만의 개성이나 스타일도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주변의 환경을 응원하면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앞으로 제작하고 싶은 영화에 있어서.
함진 이사님
"제가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을 때 어떤 잡지사에서 동기들이랑 저를 같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님께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질문하셨을 때 멜로를 하고 싶다. 저는 사랑 얘기를 하고 싶다.라고 얘기를 했었다.
특히나 지금의 시대가 사랑이 실종된 시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좀 찐한 멜로가 들어갔으면 한다."
변승민 대표님
"영화라는 것이 결국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만들어 냈을 때 성공한다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장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얘기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어떤 웹툰을 또 눈여겨보고 있는지는 사업 아이템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요즘은 BL 웹툰(??!)을 보고 있다. 그래서 차기작으로는 BL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 개인적 후기
의도하여 성향이 다른 두 제작자 분을 패널로 섭외한 것일까? 함진 이사님과 변승민 대표님의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작품의 느낌이 정반대인 점이 답변에서 느껴졌기에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작품만 보아도 무빙의 경우엔 환상을 기준으로 하여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D.P나 콘크리트유토피아의 경우에는 현실에 땅을 디딘 채 환상을 가미하여 미지의 안갯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함진 이사님에 대해서는 무빙 작중의, 무빙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뚫고 지나가는 하나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이건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멜로예요." 앞으로도 많은 사랑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소녀소녀한 감성이나 말투 안에서도 영화인의 필수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영화계에 몸 담으시면서 수많은 찐한 로맨스를 제작해 주셨으면 정말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두식미현의 찐한 멜로가... 너무너무 좋았다... 사랑합니다.
변승민 대표님은 상당히 재밌고 친근하지만 동시에 영화인으로서 많은 고민을 가지고 계시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분이 나에겐 상당히 신선하게도 느껴졌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더욱 나누어주셨으면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에 등장하실 때에도 오늘 이 자리에 영화 관계자 분들도 와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저희 스튜디오 홍보 하러 나왔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부터 뭔가 정이 가게 되는 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빙이나 D.P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나 (사전 질문을 신청했는데 읽히지 않았다...) 그렇지는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타 매체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전체 영화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무빙 3이랑 D.P 3도 기대해도 되는 것일지... 솔직히 너무 여쭙고 싶었다... 무빙은 몰라도 디피는 전혀 가능성이 없겠죠... 알고 있지만... 마지막에 D.P의 엔딩 OST가 나오면서 포럼이 끝나는데 이 노래는?!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너무 뛰고 아팠던 것을 보면 나는 아직 놓아줄 준비가 안 돼있는 게 분명하다.
포럼에서 들었던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포기하는 것도 선택이라는 변승민 대표님의 말이 정말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과연 영화인이 될 수 있을까? 나에게 영화는 맞는 길일까?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포럼을 다녀온 후에야 뼈저리게 느껴진다. 영화는 너무나 즐겁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나 즐겁다는 것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두가 영화인이 되어 현직에서 뵈었으면 한다는 두 분의 말씀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영화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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