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낚시
월요일 아침, 우리의 작전실은 더 이상 심해 탐사를 위한 고요한 잠수정이 아니었다. 그곳은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 상어 떼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작지만 단단한 강철 케이지(Cage)가 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눈에는 더 이상 패배감이 아닌, 차가운 분노와 결의가 서려 있었다.
“모든 낚시가 그렇듯, 상어 낚시도 기본은 ‘밑밥’입니다.”
나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내가 밤새워 구상한 작전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뿌려야 할 밑밥은, 물고기를 유인하는 향기로운 미끼가 아닙니다. 상어를 흥분시킬, 아주 약간의 ‘피 냄새’입니다.”
“피 냄새라니요?”
이지아가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가 상처 입었다는 신호를, 의도적으로 흘리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아주 위험하고,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을 그가 알게 만들어야 합니다.”
내 말에 김현승이 정곡을 찔렀다.
“차동민 차장을 유인하자는 말이군요. 하지만 어떻게?”
“그는 우리의 ‘비밀 커뮤니티’를 가장 좋은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겁니다. 우리가 회사 규정을 어겼다는 명백한 증거니까요. 그는 지금쯤, 그 증거를 잡기 위해 호시탐탐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가 들어올 수 있도록, 아주 작은 틈을 열어줄 겁니다.”
나의 계획은 대담했다. 김현승이 구축한 철벽 같은 방화벽에, 마치 시스템 오류인 것처럼 위장한 아주 작은 ‘백도어’를 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백도어의 존재를, 최경호와 이지아가 ‘실수’인 척 다른 팀과의 회의 자리에서 흘리는 것.
“미끼를 너무 깊숙이 숨기면 상어는 의심합니다. 하지만 손에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 약점이 보이면, 포식자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미쳤군요.”
김현승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만약 그가 미끼를 물고 들어온다면요? 그는 우리 서버의 모든 것을 보고, 우리를 한 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그가 들어올 백도어는, 진짜 서버로 향하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가짜 서버’로 향하는 길이죠. 그곳에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모든 증거들, 즉 고객 리스트, 우리의 비밀 대화 기록처럼 보이는 것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함정 수사군요.”
최경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낚시꾼들은 이걸 ‘집어등’이라고 부릅니다. 불빛으로 물고기를 유인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 불빛 아래 던져질 낚싯바늘이죠. 우리는 그가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와, ‘나는 불법적으로 이 정보를 훔쳤다’는 명백한 증거를 그의 컴퓨터에 남기도록 만들 겁니다.”
우리의 역할은 명확해졌다. 김현승은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함정을 설계하고, 최경호와 이지아는 가장 순진한 얼굴로 상어를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나는, 상어가 미끼를 무는 바로 그 순간, 챔질을 해야 하는 선장의 역할을 맡았다.
작전은 아슬아슬한 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최경호는 수요일 마케팅팀과의 실무 회의에서 “아, 요즘 서버 보안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자꾸 외부에서 이상한 접속 시도가…” 하고 무심하게 말을 흘렸다.
이지아는 동기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우리 팀,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아. 박 과장님이랑 김 과장님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불안해…”라며 연기했다.
우리는 낚싯줄을 던졌다.
그리고 주말 내내 숨을 죽인 채, 찌의 움직임을 기다렸다. 작전실의 시간은 멈춘 듯했다. 최경호와 이지아는 초조한 얼굴로 새로고침만 반복했고, 나와 김현승은 검은 모니터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접속 로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월요일 새벽. 김현승의 모니터에 붉은 경고등이 깜박였다.
“입질 왔습니다.”
김현승의 낮은 목소리에, 쪽잠을 자던 팀원들까지 모두 그의 모니터로 향했다.
“상어가… 미끼를 물었습니다.”
화면에는 우리가 예측했던 바로 그 IP 대역에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가짜 서버로 침투하는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는 우리가 파놓은 함정 속에서, 가짜 고객 정보와 우리의 대화 기록을 미친 듯이 다운로드하고 있었다. 작전실 안에는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들렸다.
“지금… 챔질 할까요?”
김현승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의 손가락은 엔터키 위에서 멈춰 있었다.
“아닙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나는 차가운 이성으로 그의 흥분을 눌렀다.
“상어는 미끼를 물고 바로 삼키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물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안전한지 확인하죠. 지금 챔질 하면, 놈은 미끼만 뜯기고 도망갈 겁니다. 놈이 이빨 깊숙이, 바늘을 삼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동이 터 올 무렵, 마침내 차동민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듯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놈이 미끼를 완전히 삼키고 돌아서려는 찰나.
“……지금입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물을 올리세요.”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 김현승의 손가락이 엔터키를 힘껏 눌렀다.
그러자, 그의 컴퓨터에서 우리 쪽 서버로 아주 작은 신호가 역으로 들어왔다. 김현승이 심어놓은 ‘역추적 프로브’가 작동한 것이다. 바늘이, 놈의 목구멍 깊숙이 박혔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새로 생성된 작은 파일 아이콘만 바라보았다. 동이 터 오는 창밖의 희미한 빛이 방 안을 비췄지만, 우리의 얼굴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승리의 환호성은 없었다. 그저 지독한 피로와 함께, 위험한 사냥을 마친 자들의 서늘한 안도감만이 내려앉았다.
“……끝났네요.”
침묵을 깬 것은 최경호 사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제 이 파일을 감사팀에 넘기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럼 차동민 차장은… 끝나는 거죠?”
그의 순진한 질문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지아 사원이 불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증거를 제출하는 순간,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비공식적으로 고객 정보를 이용하고, 함정을 파서 다른 직원을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전부 드러나게 될 텐데요.”
그녀의 말은 냉정한 현실이었다. 우리는 상어를 잡았지만, 그 상어를 잡기 위해 던진 그물은 우리 역시 옭아맬 수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순간, 우리 역시 진흙탕 싸움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갈 것이 뻔했다.
“상관없습니다.”
김현승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밤샘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했습니다. 진흙탕이 두려웠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당장 이 증거를 들고, 차수진 팀장에게 가시죠. 이 배의 선장은 그 사람이니까요.”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 증거가 차수진 팀장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이것은 더 이상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그녀가 차동민이라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가장 날카로운 정치적 무기가 될 터였다. 회사는 거대한 상어 싸움으로 피바다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 것이다.
나는 낚시꾼이었다. 나의 목적은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단 한 마리의 대상어를, 가장 조용하고 완벽하게 낚아 올리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이 증거는, 누구에게도 제출하지 않을 겁니다.”
“네?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상어를 잡았다고 해서, 바로 배 위로 끌어올리는 건 하수입니다. 펄떡이는 상어 꼬리에 맞아 갑판이 부서지고, 동료들이 다칠 수도 있죠. 잘못하면 배가 뒤집힙니다. 진짜 고수는, 상어를 물속에서 조용히 지치게 만들어, 스스로 항복하게 만듭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증거 파일을 내 개인 USB에 복사했다. 그리고 원본 파일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파쇄해 버렸다.
“박주원 과장!”
김현승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우리가 어떻게 얻은 증거인데…!”
“증거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내 머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사람의 컴퓨터 안에 살아있죠. 이 USB는 그저, 그 사실을 일깨워줄 낚싯바늘일 뿐입니다.”
나는 굳어있는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이 싸움을 진흙탕으로 끌고 갈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낚시꾼의 방식으로 이 일을 마무리할 겁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게요.”
나는 USB를 주머니에 넣고, 작전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이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문손잡이를 잡고,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낚싯바늘을 빼러 가야죠. 너무 깊이 박히면, 상어가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나는 작전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 이제,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거대한 물고기와의 마지막 줄다리기를 위해, 홀로 갯바위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