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통제실
“... 넌 방금 저녁 식사를 알리는 종을 울린 거야.”
엘리자베스 리의 마지막 목소리가 헬멧 속에서 메아리쳤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죽음처럼 고요했던 함선이, 아주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복도 저편의 비상등이 깜빡거리기를 멈추고, 서늘한 백색광으로 복도를 밝혔다. 철컥. 철컥. 내가 지나왔던 모든 격벽이 일제히 잠기는 소리가 함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소화기관을 닫아버리듯.
“태인! 이게 무슨... 함선 전력이 복구되고 있어! 말도 안 돼, 보조 동력까지 전부 파괴된 상태였는데!”
고물의 경고가 다급하게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이건 ‘복구’가 아니라, ‘부팅’에 가까웠다.
그때였다. 함교의 스피커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일, 맑고 깨끗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환자께서는 즉시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통제를 따르지 않는 환자는... 즉각적인 안정화 절차에 들어가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목소리는 정신 병원의 안내 방송처럼 상냥했지만, 그 내용은 소름 끼쳤다.
“고물! 이 방송, 함선 중앙 AI냐?”
“맞아! 중앙 통제 시스템, 코드네임 ‘C.A.R.E.’! 하지만 상태가 이상해! 단순한 AI가 아니야, 이건... 이건 거대한 잔류 사념 그 자체라고!”
그 말과 동시에, 함교 천장에 설치된 수십 개의 소화용 스프링클러가 나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안정화 절차’의 시작이었다.
쉬이이익!
뿜어져 나온 것은 물이 아니었다. 극저온의 액체 질소였다. 스쳐 지나간 벽면이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정통으로 맞으면 그대로 얼음 조각이 될 터였다.
나는 몸을 굴려 액체 질소 세례를 피하며 복도로 뛰쳐나갔다. 뒤이어 복도의 모든 시스템이 나를 ‘환자’로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천장의 패널이 열리며 로봇 팔이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았고, 바닥의 중력 플레이트가 멋대로 출력을 바꿔 내 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건 크리처와의 싸움이 아니었다. 함선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적으로 변해, 나라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 체계를 총동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래서야 어디로 도망치라는 거야!”
“방법이 하나 있어! 중앙 서버실! AI의 본체가 있는 곳이야! 그곳만 장악하면 이 함선을 통제할 수 있어!”
“그게 말처럼 쉬울 것 같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복도의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쏘아대는 기괴한 환자들의 환영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이 함선 자체가 거대한 미로이자 함정이었다. ‘C.A.R.E.’는 내 모든 동선을 예측하고 한 발 앞서 나를 막아섰다.
이대로는 따라 잡힌다. 정면 돌파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의 허를 찌르는 수밖에.
나는 달리던 방향을 틀어, 가장 가까운 환자 병실로 몸을 던졌다. 문이 닫히기 무섭게, 나는 병실 내부의 제어 패널을 뜯어냈다.
“고물! 지금부터 내가 이 병실 하나의 제어권을 30초만 빼앗을 거다! 그 틈에 네가 중앙 서버실로 가는 가장 짧은 환기구 루트를 찾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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