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중앙 서버실의 육중한 문이 등 뒤에서 닫혔다. 나는 차가운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터져 나오는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뇌 속에서 아직도 닥터 아리만의 목소리가 메아리쳤고, 강제로 재생된 과거의 트라우마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태인! 괜찮아? 대답해!”
“... 살아있어.”
나는 간신히 대답하며, 팔뚝의 콘솔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한가운데, 불길한 아이콘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처방전_KT-01. Rx]
닥터 아리만이 강제로 심어놓은 파일. 바이러스일까? 내 시스템을 파괴할 논리 폭탄일지도 모른다.
“고물. 저 파일, 즉시 격리된 가상공간으로 옮겨. 절대로 메인 시스템에서 열지 마.”
“이미 하고 있어! 젠장, 보통 파일이 아니야. 이건... 이건 살아있는 코드 같아!”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잠시 호흡을 골랐다. 이제 상황은 최악을 넘어섰다. 이 함선은 더 이상 데이터를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무덤이 아니다. 나라는 환자를 ‘치료’ 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이 움직이는 거대한 감옥이다.
“탈출해야 해. 지금 당장.”
“동감이야! 내 계산에 따르면, 이곳에서 자네의 우주선, ‘스크랩 야드 7호’까지 가는 최단 경로는 C-7 구역의 중앙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그 길은 아리만 놈 손바닥 안이겠지.”
“맞아. 우리가 그쪽으로 향하는 순간, 모든 격벽을 폐쇄하고 가스를 살포할지도 몰라. 이건 자살 행위야.”
그때, 가상공간에서 파일을 분석하던 고물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태인... 이 파일... 열어봐야겠어.”
“미쳤어? 아리만의 함정일 게 뻔하잖아!”
“아니야! 이건 바이러스나 트랩이 아니야. 이건... 이건 지도야!”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격리된 환경 속에서 ‘처방전’ 파일을 실행했다.
화면에는 타이탄 호의 3차원 설계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위로, 수십 개의 붉은 점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환자들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점들은 중앙 서버실, 즉 아리만의 ‘꿈 감옥’ 주변에 모여 있었다. 영원한 행복 속에서 잠든 그의 환자들이겠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격렬하게, 다른 모든 점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깜빡이는 단 하나의 점이 있었다.
그 위치는... C-7 구역, 중앙 화물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이건... 함정인가?”
“아니, 기다려봐. 다른 붉은 점들은 전부 일정한 패턴으로 깜빡이고 있어. 아리만이 만들어준 꿈을 반복 재생하는 거겠지. 하지만 저 점은... 패턴이 불규칙해. 마치... 마치 시스템에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저항하는 환자.
아리만의 통제에서 벗어난 변수.
혹은... 나와 같은 침입자?
“아리만은 왜 이걸 나한테 준 거지?”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저곳에 뭔가 있다는 거야. 우리가 가야만 하는 곳에.”
이것은 명백한 함정이다. 동시에, 유일한 실마리이기도 했다. 아리만은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내가 이 미끼를 물고 그의 ‘치료’ 무대 위로 올라올 것인지, 아니면 공포에 질려 숨어있을 것인지.
“가자.”
나는 결심했다. 이 지옥에서 탈출하려면, 아리만이 짜놓은 판 위에서 춤을 추더라도 그 판 자체를 뒤엎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C-7 구역으로 향하는 길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함선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마치 아리만이 일부러 길을 열어준 것처럼. 그 사실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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