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의 유령
“가지치기 시간입니다.”
‘정원사’의 선언은 시작 신호였다.
놈은 거대한 정원 가위를 휘두르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육중한 금속 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섬뜩했다.
“소영 씨, 단말기에서 떨어지지 마요!”
나는 소리치며 권소영을 등 뒤로 밀치고, 플라스마 절단기를 뽑아 들었다. 저 가위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미친 짓이다. 나는 파티장의 원형 테이블을 발로 차 놈에게 미끄러뜨렸다.
콰직!
정원사는 테이블을 두 동강 내며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순간, 놈의 어깨에 멘 분무기 노즐이 나를 향했다.
쉬익-!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투명한 액체가 내 뒤의 벽에 닿자, 금속 벽이 부식하며 기분 나쁜 연기를 피워 올렸다. 단순한 제초제가 아니었다.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환각성 부식액이었다.
“젠장!”
피했지만, 공기 중에 퍼진 소량의 가스를 흡입하고 말았다. 시야가 순간 흐려지며, 춤을 추다 멈춰 선 망령들의 모습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 위로, 5년 전 죽었던 내 파트너, 서윤호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정신 차려, 강태인! 이건 환각이야! 아리만의 저급한 장난질이라고!’
나는 이를 악물고 환각을 떨쳐내며, 정원사의 공격을 피해 파티장 안을 이리저리 내달렸다. 하지만 놈은 끈질겼다. 마치 정원의 잡초를 뿌리 뽑듯, 집요하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해킹해야 해. 저놈의 트라우마를 찾아내야...!
나는 놈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코어 코드를 읽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놈은 ‘외과의사’나 ‘보안 책임자’와는 달랐다. 개인적인 트라우마나 기억이 없었다. 오직 ‘정원의 평화를 유지한다’는 단 하나의 명령어로만 움직이는, 아리만이 직접 설계한 완벽한 방어 프로그램. ‘뫼비우스’ 바이러스가 통할 리 없었다.
철컥!
정원 가위가 내 바로 옆의 기둥을 잘라내며 불꽃을 튀겼다. 나는 간신히 몸을 굴려 피했다. 이대로는 당한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저놈을 해킹할 수 없다면...
‘... 저놈이 서 있는 공간을 해킹하면 어떨까?’
순간,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정원사는 이 ‘행복한 마을’이라는 홀로그램 시스템의 일부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 자체를 공격하면, 놈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물! 이 파티장의 환경 제어 시스템! 조명, 음향, 홀로그램 프로젝터! 전부 찾아내!”
“이미 스캔 끝났어! 저쪽 벽 DJ 부스 뒤에 메인 컨트롤러가 있어!”
나는 정원사에게 일부러 등을 보이며 DJ 부스를 향해 뛰었다. 놈은 예상대로 나를 따라왔다. 나는 부스에 몸을 던지듯 뛰어들어, 먼지 쌓인 컨트롤러 패널을 뜯어냈다.
“소영 씨! 거의 다 됐어요?”
“조금만... 조금만 더요! 방화벽이 너무 강해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스파이더 잭을 꽂아 넣고 마지막 남은 정신력을 쥐어짰다.
“다이브!”
데이터 스피어에 진입하자마자, 나는 정원사의 코어 코드를 무시하고, 이 공간의 환경 제어 시스템으로 곧장 파고들었다. 조명 제어, 음향 출력, 공간 렌더링... 수십 개의 하찮은 제어 코드들이 보였다.
나는 그 모든 코드에 내 콘솔에 남아있던 모든 종류의 쓰레기 바이러스를 쏟아부었다.
“이 평화로운 파티를, 지옥으로 바꿔주지.”
현실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즐거운 파티 음악이 귀를 찢는 헤비메탈 사운드로 바뀌고, 따스한 조명이 경련하는 스트로브 조명으로 변했다. 평화로운 파티장의 홀로그램이 깨지기 시작하며, 그 너머의 차가운 강철 벽이 노이즈처럼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무... 무엇... 시스템... 오류...”
정원사가 처음으로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평화로운 정원’이라는 자신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자, 놈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놈의 발밑 바닥을 렌더링 하는 코드를 해킹해, 그 부분의 홀로그램을 ‘삭제’해 버렸다.
“어?”
정원사의 발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균형을 잃고, 홀로그램 아래 숨겨져 있던 비상 배선 케이블 더미 위로 처박혔다.
바로 그때였다.
“됐어요! 태인 씨! 코드 블랙 네트워크, 접속 성공했어요!”
권소영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녀가 단말기 화면을 가리켰다. [생존자 그룹 ‘카산드라’와 연결되었습니다.]
“그들이 비상 탈출 루트를 열어줬어요! 이쪽이에요!”
권소영이 DJ 부스 뒤쪽, 낡은 환기구 덮개를 열어젖혔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정원사를 돌아보지 않고, 환기구 속으로 몸을 던졌다. 권소영이 내 뒤를 따랐다. 우리가 좁고 어두운 통로로 기어 들어가는 순간, 등 뒤에서 정원사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잡초... 제거... 실패... 시스템... 재설정...”
우리가 환기구 덮개를 닫는 순간, 모든 소음이 차단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우리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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