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이버. 6화

생존자들의 규칙

by 돌부처

은신처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딸의 목소리를 들은 엔지니어, 서동철은 무너진 채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아리만의 공격은 단 한 발의 총알도 없이, 한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경고였다. 그는 우리가 숨은 이곳까지, 우리의 가장 깊은 상처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선전포고.


박진우는 굳은 얼굴로 서동철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강철 같은 결의가 서려 있었다.


“이제 알겠나, 다이버? 저놈은 우리가 포기하고 그의 ‘환자’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우린 그렇게 될 수 없어.”


그가 함선의 낡은 3D 설계도를 펼쳤다.


“‘최초 감염체’는 함선의 가장 깊은 곳, 건조 당시에만 사용되었던 ‘알파 격리 구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곳의 데이터는 C.A.R.E. 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삭제되어 있어. 접근 경로를 알아내려면... 타이탄의 아날로그 ‘항해 기록실’에 보관된 예비 항행 차트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아리만이 그냥 곱게 내줄 리가 없겠지.”


“그래. 항해 기록실은 함선 중앙부를 관통하는 ‘메인 트램 라인’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완전히 노출된 경로지. 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이것은 초대장이었다. 아리만이 차려놓은 무대로 제 발로 걸어 들어오라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나와 권소영, 그리고 박진우를 포함한 세 명의 중무장한 카산드라 대원이 한 팀이 되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메인 트램 라인의 승강장으로 향했다.


거대한 원통형 터널이 함선의 척추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먼지 쌓인 자동 트램에 탑승했다. 박진우의 대원이 수동으로 전력을 연결하자, 트램이 덜컹거리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몇 분간은 아무 일도 없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트램 내부의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자들의 집단 외출인가. 흥미롭군.”


닥터 아리만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자네들의 목적지는 진료실이 아닌 것 같군. 이것은 명백한 일탈 행위야.”


그의 말이 끝나자, 트램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조명이 미친 듯이 깜빡이고, 비상 경고등이 울려 퍼졌다.


“젠장! 놈이 트램 제어권을 빼앗았어!”


박진우의 대원이 소리치며 수동 제어반을 뜯어냈지만, 이미 모든 회로가 타버린 뒤였다. 트램은 폭주 기관차처럼 어둠 속을 질주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리만은 단순한 물리적 위협에 만족하지 않았다.


스피커에서, 조금 전 서동철을 무너뜨렸던 그의 딸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아빠... 나 추워...]


그리고 다른 대원의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보, 왜 나를 혼자 두고 갔어요...]


놈은 카산드라 대원들의 기억 데이터를 해킹해, 그들의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괴로운 듯 귀를 막았지만, 소리는 머릿속에 직접 파고들었다.


“속지 마! 정신 공격이다!”


박진우가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리만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스피커에서, 5년 전 죽었던 내 파트너, 서윤호의 마지막 비명이 터져 나왔다.

[태인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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