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이버. 7화

숨바꼭질

by 돌부처

아이의 웃음소리는 악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소름 끼쳤다. 그것은 순수한 유희의 소리, 이 지옥 같은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복도 중앙의 세발자전거가, 끼익, 소리를 내며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가 천천히 굴러, 우리로부터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마치 ‘이리 와서 나랑 놀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모두, 저것에 접근하지 마.”

박진우가 나지막이 경고했다. 그의 얼굴은 극도의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저건... ‘레오’야.”


“레오?”

권소영이 되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타이탄 재앙 당시, 의료 구역 소아 병동에 입원해 있던 6살 아이. 그의 ‘메아리’가 이 구역 전체를 오염시킨 거다. 놈은 싸우지 않아. 그저... 놀이를 할 뿐이지.”


박진우의 말이 끝나자, 아이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우리 통신기를 장악했다. 이번엔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숨바꼭질하자!]

[내가 술래야. 꼭꼭 숨어. 머리카락 보이면... 못 찾아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의료 구역 전체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완벽한 암흑. 헬멧의 야간 투시경을 켜자, 노이즈 낀 녹색 시야가 펼쳐졌다.


그리고, 함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복도 곳곳의 벽이 이동하고, 천장의 패널이 내려와 새로운 벽을 만들었다. 의료 구역 전체가 거대한 미로처럼, 실시간으로 그 구조를 바꾸고 있었다.


“젠장! 놈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거야!”

한이 소리쳤다.


“흩어지면 끝장이야! 모두 내게 붙어!”

박진우의 외침과 함께,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거나 팔을 붙잡고 거대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10... 9... 8...]


아이의 목소리가 천천히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중앙 약품 저장실은 이 방향이 맞아! 이 벽만 뚫으면...!”

권소영이 외쳤지만, 그녀가 가리킨 곳은 이미 두꺼운 강철 벽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이 기괴한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해법을 찾았다. 해킹은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돌파도, 이 미로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규칙을 역이용해야 한다.


‘숨바꼭질. 술래가 있고, 숨는 사람이 있어. 술래는 숨은 사람을 찾아다녀. 우리가 이기려면... 술래를 먼저 찾아내야 해.’


“놈은 보이지 않아!”

박진우가 내 생각을 읽은 듯 소리쳤다.

“그냥 이 공간 전체가 놈의 놀이터라고!”


“아니, 반드시 ‘코어’가 있을 거야!”

나는 외쳤다.

“이 모든 시스템 변화를 일으키는 중심점! 레오의 메아리가 가장 강하게 응축된 곳! 그놈을 찾아야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어!”


[... 3... 2... 1... 이제 찾는다!]


아이의 선언과 함께, 미로의 벽들이 더 빠르고 위협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벽에서는 날카로운 의료용 메스가 튀어나왔고, 어떤 바닥에서는 마취 가스가 새어 나왔다. ‘놀이’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떻게 찾아! 이 깜깜한 미로 속에서!”

한이 절규했다.


바로 그때, 권소영의 눈이 번뜩였다.

“바이오 스캐너...! 의료 구역의 모든 환자 침대에는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바이오 스캐너가 설치되어 있어요! 레오의 메아리는 순수한 데이터 덩어리지만,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키면서 미약한 에너지 파장을 방출할지도 몰라요!”


“고물!”

나는 즉시 내 AI에게 명령했다.

“이 구역의 모든 바이오 스캐너 네트워크에 접속해! 비정상적인 에너지 파장을 역추적해!”


“젠장, 데이터가 너무 불안정해서 쉽지 않아! 하지만... 해볼게!”


우리는 미친 듯이 변하는 미로 속을 필사적으로 달리며, 레오의 ‘놀이’를 피했다. 박진우와 한이 방패와 장비로 물리적인 함정을 막아내는 동안, 나와 권소영은 콘솔 화면에 집중했다.


수십 개의 스캐너 위치가 지도 위에 점멸했다. 그리고 마침내, 단 한 곳에서, 다른 모든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 반응이 포착되었다.


“찾았다! 소아 병동, 302호실! 그곳이야!”


우리는 미로의 지도를 무시하고, 가장 가까운 벽을 향해 달렸다.

“한! 길을 열어!”

박진우가 포효했다.


한은 유압식 만능키를 강철 벽에 박아 넣고, 온 힘을 다해 틈을 벌렸다. 우리는 찢어진 금속 틈 사이로 몸을 던져, 소아 병동 구역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곳, 302호실 문 앞에서, 우리는 멈춰 섰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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