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vator Rosa 작품, The Fall of the Giants
하늘은 찢어진 상처처럼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제우스의 번개가 밤의 장막을 가를 때마다, 한때 세상을 떠받들던 우리 형제들의 거대한 육신이 무너져 내리는 참혹한 광경이 드러났다. 나는 티탄의 혈통을 이어받은 거인, 알키오네우스다. 내 이름은 ‘강건한 자’라는 뜻이지만, 지금 나의 강건함은 신들의 분노 앞에서 모래성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우리의 반란은 대지의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어머니 가이아는 올림푸스의 오만한 신들이 그녀의 자식들인 티탄을 타르타로스의 심연에 가둔 것을 슬퍼하며 우리에게 복수를 속삭였다. 우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의 부당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일어섰다. 우리의 발걸음에 산맥이 흔들리고, 우리가 던진 바윗덩이는 하늘의 별을 꿰뚫었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들의 교활함을 잊고 있었다. 그들은 헤라클레스, 그 필멸의 영웅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예언대로, 신과 인간의 피가 섞인 자의 손에 우리의 불사의 육신은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우스가 아이기스를 앞세우고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나타났을 때, 전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어리석은 흙덩어리들아! 감히 신들의 권위에 도전한 죄를 물으리라!”
제우스의 목소리는 천둥 그 자체였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번개는 춤추는 빛의 뱀이 되어 형제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포르피리온은 가장 용맹한 전사였지만, 제우스의 번개와 헤라클레스의 화살 앞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그의 거대한 몸이 대지를 뒤흔들며 무너질 때, 우리 모두는 절망의 그림자가 심장을 옥죄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무너지는 바위산 뒤에 몸을 숨긴 채, 동족들의 처절한 비명을 듣고 있었다. 한때 우리의 포효는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이제는 단말마의 고통에 찬 신음이 되어 폭풍우 속에 흩어질 뿐이었다. 눈앞에서는 내 형제 엔켈라두스가 불타는 에트나 화산에 깔려 압살 당하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숨결은 뜨거운 유황 연기가 되어 하늘로 솟아올랐다.
어머니 가이아는 어디 계신가. 우리의 고통을 보고 계신가.
그녀의 분노가 우리를 일으켜 세웠지만, 이제 그녀는 아들들의 죽음 앞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땅 전체가 그녀의 슬픔으로 울부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짓누르는 이 바위, 우리를 삼키는 이 갈라진 대지가 바로 어머니의 비탄 그 자체일지도.
바위틈으로 스며든 빗물이 피와 뒤섞여 발목을 적셨다. 차가운 감촉에 문득 서러움이 북받쳤다. 우리는 단지 빼앗긴 영광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올림푸스의 저 꼭대기에서 세상을 장난감처럼 주무르는 저들의 오만을 꺾고 싶었을 뿐이다. 이것이 그토록 큰 죄란 말인가.
그때였다.
번개가 바로 앞의 바위를 강타하며 산산조각 냈다. 숨을 곳을 잃은 내 거대한 몸뚱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의 왕좌에 앉은 제우스가 경멸과 승리에 찬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또 다른 번개가, 이전보다 더욱 눈부시고 거대한 빛의 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러진 다리가 비명을 질렀지만, 거인의 긍지가 무릎을 꿇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두 팔을 벌려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것은 패배의 인정이 아니었다. 신들의 발밑에서 스러져갈지언정, 우리의 존재와 저항을 이 세상에 새기려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보아라, 올림푸스의 폭군이여! 우리는 비록 쓰러지나, 우리의 분노는 이 대지에 남아 영원히 너희를 저주하리라!"
내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빛이 세상을 삼켰다.
뇌가 타는 냄새와 함께 의식이 산산이 흩어졌다. 거대한 몸이 뒤로 넘어가며, 나를 낳아준 대지의 품으로 쓰러져 내렸다. 차가운 바위가 등을 꿰뚫는 고통 속에서, 나는 보았다. 신들의 승전가가 아니라, 언젠가 이 오만한 하늘에 다시 한번 균열을 가져올 또 다른 분노의 씨앗이 대지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싹트고 있는 것을. 우리의 몰락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고.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며 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