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지고,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다

두 문화가 충돌할 때

by 돌부처

"우리 회사는 튼튼하니까 정년까지 다닐 수 있겠지?"


이런 믿음은 이제 전설 속에나 나오는 유니콘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현대의 기업 생태계는 약육강식의 전쟁터입니다. 어제의 거대 기업이 오늘 공중분해 되고, 경쟁사였던 두 회사가 내일은 한 가족이 됩니다.


인수합병, 구조조정, 사업부 분사. 이 살벌한 단어들은 이제 뉴스 경제면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책상 위로 날아오는 해고 통지서이자 생존의 문제입니다.


두 개의 조직이 하나로 합쳐질 때, 그것은 단순한 인력의 결합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관습,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두 부족의 문화 전쟁입니다. 정복자와 피정복자가 나뉘고, 기존의 질서는 파괴되며,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의자 뺏기 게임이 시작됩니다.


한편, 이 혼란을 견디다 못해, 혹은 자신만의 꿈을 위해 안전한 울타리를 걷어차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창업, 프리랜서, 스타트업 이직. 우리는 그들을 도전자라 부르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무모한 사람들 취급을 받습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지점 합병 사태와, 그 혼란 속에서 탄생한 초소형 신생 회사의 이야기를 통해, 조직의 격변기에 빌런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리고 파괴된 폐허 위에서 어떻게 새로운 싹을 틔워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트콤 오피스의 한 에피소드는, M&A 이후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내전을 완벽하게 묘사합니다.


스크랜턴 지점은 경쟁 지점인 스탬포드 지점을 흡수 합병합니다. 스탬포드 지점의 직원들이 짐을 싸 들고 스크랜턴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물리적인 공간은 좁아지고, 기존 직원들은 자신의 책상을 내어주거나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스탬포드에서 온 직원들은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효율적이며, 세련된 업무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들은 콜 오브 듀티 비디오 게임을 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젊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스크랜턴의 기존 직원들은 가족적이고, 느슨하며, 지점장 마이클의 썰렁한 농담을 받아주는 데 익숙한 구식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집단이 섞이자마자 갈등이 폭발합니다.

"여기 사람들은 일을 하는 거야, 노는 거야?"

"새로 온 놈들은 재수 없어.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지점장 마이클은 이 갈등을 이벤트로 해결하려 합니다. 그는 전 직원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라며 억지 화합을 강요합니다. 그는 뚱뚱한 신입 직원을 억지로 테이블 위에 올리려다 실패하여 그에게 모욕감을 줍니다.


그는 물리적 통합이 곧 화학적 결합이라고 착각합니다.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친해져라!"라고 명령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결국 모멸감을 느낀 토니는 그 자리에서 퇴사를 선언하고, 합병 첫날부터 조직은 붕괴의 조짐을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웃고 있지만, 책상 밑에서는 발길질이 오갑니다. 스탬포드 출신의 앤디는 기존 2인자 드와이트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흑색선전과 아부를 일삼습니다. 기존 직원들은 텃세를 부리며 신입들이 적응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굴러온 돌들은 하나둘씩 조직의 텃세와 리더의 기행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납니다. 이것은 기존 직원들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직 전체의 경쟁력이 하향 평준화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다양성이 거세되고, 고인 물들 만 남게 된 것입니다.




시트콤의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조직의 부조리에 맞서 뛰쳐나간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립니다.


새로 부임한 부사장 찰스 마이너의 강압적인 통제와 무시에 분노한 지점장 마이클은, 홧김에 사표를 던지고 자신의 회사를 차립니다. 그를 따라나선 사람은 접수원이었던 팸과 임시직 라이 언 뿐입니다.


그들의 사무실은 화려한 빌딩이 아니라, 같은 건물의 1층 창고 구석에 있는 좁은 청소 도구함입니다. 자본금도 없고, 거래처도 없습니다. 팸은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며 불안해하고, 라이언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현실을 도피하려 합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다릅니다. 그는 대기업의 시스템 안에서는 무능한 관리자였지만, 야생에 던져지자 최고의 영업사원으로서의 본능을 깨웁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배달을 하고, 가격을 후려쳐서 전 직장의 고객들을 하나씩 빼앗아 옵니다.


"우리는 잃을 게 없어! 저들은 거대한 공룡이라서 몸을 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쥐새끼처럼 빠르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돌부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58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