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가마솥 밑에 숨긴 그해 바다

by 돌부처

1919년 2월의 마지막 밤, 종로 수송동의 빈민가 골목은 죽은 듯이 고요했다. 낮 동안 골목을 누비던 칼바람도 지쳤는지 숨을 죽였고, 간간이 순사들의 군화 발소리만이 얼어붙은 흙바닥을 날카롭게 긁고 지나갈 뿐이었다. 구멍 난 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빙점 아래의 외풍은 가뜩이나 바싹 마른 사람들의 뼛속까지 파고들어, 조선의 빼앗긴 주권처럼 잔인하게 온기를 앗아가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 쓰러져가는 국밥집을 하는 막순은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마른장작을 고르고 있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고단한 세월의 풍파로 깊게 팬 주름이 가득했다. 십 년 전, 까닭도 없이 헌병의 매질에 목숨을 잃은 아들 녀석을 가슴에 묻은 뒤로 그녀의 시간은 늘 어두운 밤나무 숲을 헤매는 듯했다. 그저 살아지니 사는 삶이었다. 눈을 내리깔고, 입을 꼭 다물고, 일본 순사들의 그림자만 보여도 납작 엎드리는 것이 그녀가 터득한 유일한 생존법이었다. 슬픔은 분노가 되기보다는 서늘한 침묵으로 가라앉아 그녀의 텅 빈 가슴속에 시퍼렇게 멍울져 있었다.


등잔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자정 무렵, 삐거덕거리는 판장문이 급히 열렸다. 깜짝 놀란 막순이 부지깽이를 떨어뜨리며 쳐다본 곳에는 어둠 속에서 헐떡이는 앳된 청년이 서 있었다. 근처 보성사 인쇄소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야학 학생 동진이었다. 동진은 죽은 아들과 나이도, 선량하게 처진 눈매도 심성도 꼭 빼닮아 막순이 남몰래 국밥에 머릿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주곤 하던 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오늘 동진의 낯빛은 평소와 달랐다. 머리카락은 식은땀으로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고, 두 손은 온통 붉고 검은 잉크로 엉망진창이었다. 동진의 앙상한 품에는 낡은 보자기로 단단하게 싼, 제구실하기 벅찰 만큼 무거운 종이 짐 더미가 위태롭게 안겨 있었다. 숨이 넘어가듯 가쁜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할머니,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아니, 저 말고 이것들을 좀 숨겨주십시오."


동진의 목소리는 다친 짐승의 앓는 소리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저 골목 끝에서 헌병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눈에 불을 켜고 집집마다 미친 듯이 수색을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내일 우리가 깨뜨릴 새벽의 계획은 모두 수포가 됩니다. 조선의 운명이 끝장납니다. 할머니, 모른 척 한 번만 이것들을 감춰주십시오."


막순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무엇이 들었는지 몰라도, 헌병대에게 쫓기는 물건을 숨겨준다는 것이 어떤 끔찍한 의미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아들의 피 묻은 적삼을 껴안고 바닥을 구르며 오열하던 십 년 전의 그 얼어붙은 핏자국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안 돼, 나는 몰라 그려. 어서 나가. 내일모레 죽을 노인네 명줄 재촉하지 말고 썩 나가그라."


막순이 모질게 밀어내려 했지만, 동진은 바닥의 흙먼지 위로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 내일은 어둠이 걷히는 날입니다.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저희 같은 조선의 평범한 사람들도, 개돼지가 아니라 당당한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다고 온 세상에 소리치는 날입니다. 제 덧없는 목숨은 당장 짐승처럼 도륙 내어져도 좋으나, 조국의 피가 서린 이 종이들만큼은 무사히 아침 햇살을 보게 해주십시오. 제발요, 할머니."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철컥거리는 장총 소리와 헌병들의 군화 소리,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매섭게 골목을 찢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동진의 절망 어린 눈동자가 무너지듯 허공을 헤매다, 이내 체념한 듯 슬픈 미소를 지으며 보자기를 고쳐 매고 일어서려 했다.


"미안합니다 할머니, 건강하십시오."


그가 문고리를 잡으려던 찰나였다. 막순의 거칠고 투박한 두 손이 빛의 속도로 동진의 품에서 무거운 보자기를 낚아채듯 뺏어 들었다. 그녀의 핏발 선 두 눈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결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막순은 밤새워 끓고 있던 뜨거운 국밥 가마솥 옆, 아직 불을 지피지 않은 낡고 커다란 빈 아궁이 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는 차갑게 식은 시커먼 재를 두 손으로 미친 듯이 파헤치고는 그 아주 깊은 속으로 보자기를 거칠게 욱여넣었다. 다시 재를 덮고 그 위에 며칠 전부터 모아둔 시래기 단과 말라비틀어진 짚더미를 무심하게 산더미처럼 쌓아 올렸다. 숨 막힐 듯한 찰나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너는 어서 저기 뒷간 담벼락을 넘어 도망가그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막순의 서릿발 같은 호통에 동진은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얼굴로 평상에 깊게 고개를 숙이고는 어둠 속으로 질주해 비호같이 사라졌다.


동진이 사라지고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총검을 든 살기 등등한 헌병 두 명이 군홧발로 막순의 가게 문을 와장창 걷어차며 들이닥쳤다. 도망치는 수상한 청년을 보지 못했느냐며 그들은 가게 안의 초라한 살림살이를 마구잡이로 부수고 뒤엎었다. 깨진 사기그릇 파편 위로 막순은 바닥에 엎드려 이가 부딪히도록 벌벌 떠는 시늉을 했다. 속으로는 아들을 잃던 그날처럼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그녀는 철저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시골 늙은이의 겁먹은 표정을 연기했다.


"이 근방에는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가는 것도 못 보았습니다요, 나리.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살려주십시오."


아궁이의 짚더미를 장총의 끝으로 무자비하게 쑤셔대던 헌병은 짚단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무언가 낌새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막순의 얼굴 위로 탁한 침을 뱉고는 낄낄거리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헌병들의 소름 끼치는 발소리가 완전히 골목 끝으로 멀어지고 나서야, 막순은 아궁이 바닥에 엎드려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소리 없는 눈물을 짐승처럼 쏟고 또 쏟아냈다. 십 년 전, 눈앞에서 아들이 죽어갈 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어미의 짓눌린 한과 자책감이, 오늘 낯선 청년의 목숨을 구했다는 안도감과 뒤섞여 가슴속에서 시퍼렇게 역류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뜨겁게 바닥의 식은 재를 적시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동아리처럼 붉게 튼 아침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동진이 다시 국밥집 뒷문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막순은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꼿꼿하게 아궁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재투성이가 된 무거운 보자기를 무사히 품에 안은 동진은 바닥에 엎드려 막순의 차가운 두 손을 덥석 잡았다.


"할머니, 이 크신 은혜는 제가 꼭 살아서, 어쩌면 죽어서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동진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의 맑은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샛별처럼 투명하고 시리게 빛나고 있었다. 동진은 품속 깊은 곳에서 한 뼘만 한 광목천 조각을 꺼내어 막순의 거북이 등껍질 같은 주름진 손에 가만히 쥐여주었다. 서투른 바느질과 시커먼 먹물로 삐뚤빼뚤하게, 하지만 정성스레 색을 입혀 그려진 낡은 태극기였다.


"오늘 정오, 파고다 공원에서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면 온 조선의 억눌린 백성들이 이 깃발을 들고 거리를 걸을 것입니다. 할머니, 부디 무탈하고 건강히 오래 살아남으셔서 부서진 저희가 마침내 되찾을 그 맑은 평화의 볕을 꼭 보십시오."


동진은 뒤돌아 단호하게 골목을 향해 달렸고, 막순은 그 아스라한 뒷모습이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텅 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 쥔 작고 거친 광목천 조각이 마치 뜨거운 화로처럼 손바닥을 기어이 태우는 듯했다. 태극 무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오전이 지나고 정오가 가까워져 올 무렵, 경성의 공기는 평소의 서늘함과는 다르게 팽팽하게 찢어질 듯 당겨지고 있었다. 저 멀리 파고다 공원 쪽에서 땅을 울리는 아득하고 거대한 함성이 종로통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장사치들의 소음도, 헌병들의 호각 소리도 모두 삼켜버린 거대하고 붉은 파도 소리였다. 대한 사람들의 피맺힌 절규, 수백수천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조선 독립 만세의 함성이었다.


이끌리듯, 홀린 듯이 막순은 앞치마를 대충 훔치고 골목 밖 대로로 걸어 나갔다. 수십 년을 고개 숙이고 땅만 보며 살아온 그녀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들, 교복을 갓 차려입은 어린 학생들, 치맛자락을 동여맨 아낙들, 심지어 무거운 나무 지게를 내팽개친 땀범벅의 지게꾼들까지. 수만의 백성들이 총칼 대신 허공을 향해 맨손과 태극기를 뻗어 올리며 엉엉 울고 있었다.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백성으로서 사람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미친 환희와 숭고함으로 서럽게 빛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만세의 행렬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 맨 선두에, 거짓말처럼 동진이 있었다. 그는 가장 커다란 태극기를 휘두르며 목이 터져라 피를 토하듯 만세를 선창하고 있었다. 어젯밤 공포에 질려 국밥집 아궁이에 매달리며 숨어들었던 앳된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수백 년 조선의 빼앗긴 긍지를 온몸으로 짊어진 거인처럼 우뚝 서서 행렬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엄하고 눈부신 해방의 찰나는 일장춘몽처럼 짧았다. 도로 끝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완전 무장한 일본 기마 경찰과 살기 등등한 헌병대가 귀청을 찢는 비명을 지르며 들이닥쳤다. 그들은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두르고 환도와 장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비명과 서러운 울음, 그리고 시뻘건 핏자국이 순백의 옷자락과 회색 아스팔트를 처참하고 잔인하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대열이 흩어지는 처절한 아비규환의 한가운데서, 다시 한번 고막을 찢는 탕, 탕! 하는 날카로운 연발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막순의 찢어질 듯 팽창한 시야 속으로, 선두에서 가장 높이 깃발을 쳐들고 있던 동진의 몸이 한 줄기 힘없이 꺾인 볏짚처럼 털썩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졌다. 동진이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태극기가 허공을 한 바퀴 빙그르르 비틀리며 돌다, 왈칵 쏟아진 붉은 피로 진창이 된 흙바닥으로 무참하게 곤두박질쳤다.


"어머니!"


총탄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경련하는 동진의 처참한 뒷모습 위로, 십 년 전 헌병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구타당하고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숨이 끊어지던 자신의 불쌍한 아들의 원혼이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겹쳐 보였다. 막순의 억장이 형체도 없이 부서져 내렸다.


그 끔찍한 순간이었다.

평생을 비굴하고 숨죽이며 바닥만 기어 다니듯 살아왔던 늙고 초라한 국밥집 노파 막순의 굽은 등이 기묘하게 솟아올랐다. 그녀는 버선발로 피가 튀어 오르는 아수라장의 한복판, 총알이 빗발치는 도로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어깨에 부딪히고 발에 짓밟히고 엎어지면서도 그녀는 악착같이 피딱지가 앉은 무릎으로 기어서 동진이 쓰러진 자리로 다가갔다.


동진은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평온하고 무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소년의 옅은 미소 위로, 막순은 그동안 독하게 모질게 끊어냈던 어미의 통곡을 토해냈다. 그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떨리는 두 손으로 바닥의 흙먼지를 긁어모아 나뒹굴던 핏빛으로 짓이겨진 태극기를 부서질 듯 꽉 움켜쥐었다. 무명천의 거친 촉감과 어린 청년의 더운 피가 진득하게 묻어나 그녀의 메마른 손끝을 타고 심장을 예리하게 관통했다.


막순은 비틀거리며, 두 번이나 힘없이 풀리는 무릎을 세워 기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순의 코앞에는 총검을 겨누고 짐승처럼 살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살인마 일본 헌병들의 군화가 도열해 있었다. 식민지 백성인 그녀가 언제나 그랬듯 바닥에 바짝 엎드려 제발 살려달라고 애완견처럼 목숨을 구걸해야 할 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막순은 동진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태극기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깡마른 자신의 두 발로 끔찍한 조국의 아스팔트를 굳게 디딘 채 하늘을 똑바로 우러러보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남아있지 않은 텅 빈 어미, 공포에게 항복하지 않기로 결단한 자의 얼굴에는 헌병들의 섬뜩한 칼날조차 베지 못할 만큼 찬란하고 완전한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막순이 말라비틀어진 팔을 뻗어 힘차게 피 묻은 태극기를 치켜들어 올렸다. 그리고 십 년의 세월 동안 지옥처럼 억눌러왔던 그녀의 앙상한 가슴속에서, 단 한 번도 내뱉지 못했던 가장 거룩하고 온전한 인간의 호령이 경성의 참혹한 하늘을 산산이 갈라냈다.


"대한 독립 만세!"


눈먼 짐승을 향한 총통의 마찰음과 함께 막순의 작은 몸뚱어리 역시 바람 핀 민들레 홀씨처럼 맥없이 기울어졌다. 하지만 총알이 관통한 가슴을 안고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지는 막순의 굽은 입술가에는, 자신이 마지막까지 지켜낸 어린 청년들과 죽은 아들의 더운 숨결,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의 의지로 생을 내어던지며 맞이한 찰나의 진정한 핏빛 해방감이 시리도록 눈부시고 뜨거운 미소로 영원히 번져 있었다.


1919년 3월 1일.

우리가 기억하는 그날의 거대한 파도와 거룩한 역사는 결코 민족 대표나 위대한 사상가들의 빛나는 이름표로만 씌어지지 않았다.


아궁이의 재를 미친 듯이 파내며 제 목숨의 공포에 떨었던 무지랭이 노파의 떨리는 굳은살 박인 손끝에서, 총검의 서슬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제 목숨을 제물로 바쳤던 이름 없는 야학 학생의 시린 눈빛에서, 그리고 처참하게 짓밟혀도 기어이 피 묻은 깃발을 이어받아 들었던 수많은 평범한 농부와 아낙네들의 숭고한 연대 속에서 기적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가장 캄캄한 식민의 절망 속에서 그들은 타인을 위해 자신의 보름달 하나를 내어놓고 모조리 불태웠다. 눈물과 죽음으로 짓이겨진 그 길고 긴 지옥의 밤을 지나, 백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무례할 만큼 평화로운 봄날의 햇살이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리를 비추고 있다.


그들이 오늘 당장의 독립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내일을 숨 쉬고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기꺼이 피비린내 나는 어둠의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그 미련하고도 찬란한 바보들의 위대한 희생이었다.


기념일의 소란스러운 외침 대신, 책상 서랍 깊숙이 밀어두었던 그해 수송동 국밥집의 아궁이와 피 묻은 태극기를 떠올려야 한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는 그들의 죽음이 결코 개죽음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빚을 지고 살아가는 자들이다.


3.1 운동의 역사는 박물관 유리에 갇힌 활자가 아니라, 가장 평범했던 장삼이사들이 가장 맹렬하게 피어냈던 눈물과 핏덩이의 거룩한 직조물이다. 이것이 우리가 맞이하는 매년 삼월의 첫날, 단단히 가슴팍에 새겨야 할 단 하나의 이유이자 숨겨진 시대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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