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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부처 Dec 28. 2024

조직 관찰 - 성향의 충돌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조직 문화에 관련해서 포스팅하는 올해의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그 동안 제가 지내왔던 조직들을 관찰했던 내용 중에서 성향과 성향이 충돌하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이 어떻게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그리고 작게는 개발 팀 내에서도 성향과 성향의 충돌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성향의 충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냐는 아닙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 중 가장 흔하게 보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것은 혁신 vs 안정 이었습니다. 


조직 내에 문제가 있으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조직 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뭘까 파악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오는데, 그것이 갖는 파급효과를 꼼꼼이 따져보기 보다는 문제를 오로지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문제의 크기가 클 수록, 그 해결책이 legacy에 대해 파괴적일 수록 조직 내 잡음이 크게 발생하죠.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리고 실제 결과에 따라서 이러한 예상치 못한 side effect이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데 해결을 안할 수는 없죠. 초가삼간 다 태우지 않으려면 내가 파악한 문제와 도출한 해결책에 대해서 보다 많은 insight가 있는 사람들에게 "리뷰"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리뷰를 최대한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이 해결사 분들 중 대부분은 이 리뷰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결국 수용하지 (못하는) 않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글쎄요, 그 분들의 속 마음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전 이렇게 리뷰를 수용하지 못하는 해결사들의 문제점은 "시야"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경험 수준에서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출하기 때문에, 더 높은 시야로 문제를 파악해서 조언해주는 것에 대해서 인지 자체를 못하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저 년차에서 시니어 직전의 연차에 이런 성향의 분들이 많았고, 대부분 조직 내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여러 차례 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이동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 분들은 조직 내 "투덜이"라고 불리면서....


물론 반대로 insight 있는 리뷰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문제 해결책을 보완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수 년간 이 분들의 행적을 잘 관찰해보면, 결국 "리더"가 되더군요. 


이러한 파괴적인 혁신가/해결사와 대척점에 있는 성향은 어떤 분들인지 느낌 오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극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들입니다. 자주 입에 달고 있는 말은 이런 것들 입니다. 

"문제 자체를 없애면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된다." 

"좋은게 좋은거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말 top3에 들어가는 말입니다.) 

"니가 책임 질꺼야?" 

"꼭 해야 돼?" 


이런 성향의 분들은 대부분 고년차의 시니어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의외로 저년차에서 고년차까지 골고루 보였습니다. 파괴적 혁신가들이 문제 해결책을 들고오면, 질색을 하죠. 왜 또 일을 벌려! 하면서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향의 분들이 있으면 조직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표면적으로 큰 잡음이 없습니다. 일정에 쫓겨서 급박하게 크런치모드를 할 일도, 회의 시간이 얼굴 붉히면서 니가 맞네 내가 맞네 박치기 쿵쿵 할 일도 없죠. 그런데 일하는 "재미"도 없습니다. 아무리 문제를 회피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하기 전까지 그곳에 있는 법이고,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조직의 문제라면 조직이 서서히 병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제품의 문제라면 고객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경쟁력 없는 제품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코드의 문제라면 돌아가기만 하는 쓰레기 수준의 코드가 그대로 유지되어 사업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극한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risk가 거의 없는 일들만 일정 내에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일정을 예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이 life가 편안해지죠. 


2가지 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파괴적 혁신가"와 "피스메이커" 둘 중 누가 조직, 제품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일까요? 안정적인 유지는 항상 독이 될까요? 다 떄려부셔야만 혁신일까요? 할 수 있는 일들만 하는 것이 옳은 개발일까요? 혁신 없이 조직이, 제품이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매끄럽고, 와! 기가 막힌데? 라는 감탄이 나올정도로 잘 풀어 냈던 조직은 아직 못 본 것 같습니다. 전 파괴적 혁신가 출신으로써 아직도 피스메이커 분들을 보면 으아.. 답답하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긴 합니다만 2가지 면을 모두 잘 고려해야 100m 달리기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200m 달리기 속도로 42.195km를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 


그래도 전 재미 없는 일만 있는 것보다, 재미 있는 일이 많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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