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육군이 처음 승리한 곳이면서, 양측에 의해 반복적으로 유린당한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그야말로 톱질하듯이 사람들이 썰려 나갔다. 그리고 난생 처음 목격한 대전 골령공의 유해 발굴 현장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그 어떤 현장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학살 가해세력 중에 우리의 굳건한 우방이라고 생각했던 미군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던 영동군 노근리 사건 현장은 잘 보존되어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이 사건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목받지 못한 여러 사건들은 현재도 관심을 받기 위해 힘겨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적인 학살에 이어 전쟁 상황이라는 합리화와 빨갱이라는 올가미, 거기에 우리의 무관심까지 더해져 피해자와 유족들은 두번 세번 반복해서 죽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