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자던 중이라 처음엔 희미하게 들렸다.
꿈... 인가???...... 어...? 아닌데...?
점점 또렷해지는 벨소리에 머리맡의 핸드폰부터 더듬더듬 찾으며 서서히 잠에서 깼다.
분명 저 벨소리는 내 핸드폰에 설정해 놓은 소리 중 그 어느 것도 아닌데...
또 벨이 울렸다.
가만... 초인종 소리잖아?
이 시간에 초인종? 누구지?...
잠이 확 달아났다.
올려다본 시계는 새벽 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 얼른 거실로 나갔다.
초인종 소리는 더 울리지 않았고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던 인터폰 화면이 이내 꺼지는 찰나였다.
화면 속엔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보였을 뿐 분명 아무도 없었다.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이 주섬주섬 옷을 껴입는 동안 나는 현관문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누군가 계단을 내려가는 듯한 발자국 소리도 일체 들리지 않았다.
옷을 입은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혹시 모르니 엘베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갔다 와보겠다 했다.
남편이 1층 공동현관까지 내려갔다 오는 동안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현관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뭐... 아무도 없는데?"
"... 세입자 중에 누가 문제가 있어 누른 건 아닐까?"
"그럼 초인종 보다 전화를 했겠지..."
"......"
여전히 잔뜩 긴장해 있는 나에 비해 남편은 아직 잠에 약간 취한 듯도 했고 별 일 아니니 그냥 얼른 침대로 가 다시 자고 싶은 눈치였다. 급기야 내가 잘못 듣고 잘못 본 것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 초인종 소리도 여러 번 들었고 아무도 없는 인터폰 화면도 보았음을 힘주어 말했다.
아침에 1층 창고 안에 있는 CCTV를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은 자자며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놀래고 긴장된 마음에 억울한 마음까지 얹어서 내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잠은 이미 한참 전에 달아났고 자려고 누웠지만 안 좋은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둠 속을 헤집고 다녔다.
누가 누른 것이 아니면 이 새벽에 왜 초인종이 저절로 그것도 여러 번 울렸을까......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다녀가셨나... 혹 시골에 혼자 계신 시어머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것도 아니면 자취 중인 곰돌이한테 뭔 일이 있나... 별의별 최악의 상황이 자꾸만 자꾸만 그려지고 쓸데없는 그 생각들을 멈추려 해도 도저히 멈춰지지가 않았다.
갑자기 한밤 중에 위이잉~~~ 저 혼자 최고치로 돌던 시꺼먼 무선청소기 생각도 스쳤다. 여러 날 벼르고 비교해 보다 큰맘 먹고 들인 그 청소기는 한 밤중에 갑자기 큰소리를 내며 저 혼자 돌아 곤하게 자던 사람을 기함하게 만들었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밤마다 그러더니 그 뒤로 한낮에도 갑자기 돌기 시작해 A/S를 보냈는데 기계적으로 별 이상은 없다는 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와 또 그 짓을 몇 차례 더 반복하였다. 얼마 써보지 못했지만 정말 미련 없이 내다 버렸었다. 그때도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었나 모른다.
두어 시간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은 머리맡의 조명을 켜고 말았다. 더 이상의 엄한 생각들이 확장되지 않게 이어폰을 찾아 꼽고 유튜브 영상을 켰다. 세상 무해한 아기동물들 영상을 돌려보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침에 확인한 CCTV에선 그 시간대에 아무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이 저 혼자 몇 차례나 울렸었던 것이다. 순간 소름이 확~ 돋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었는지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고 싶었다.
의외로 초인종이 지 혼자 울렸다는 이야기가 더러 있었다. 황당하게도 초인종 안에 습기가 차서 그럴 수도 있다 한다. 심지어 달팽이가 초인종을 눌렀다는 사례도 있었다.
수상한 사람이나 어떤 영적인 일이 아니라 기계적 결함이라 생각하니 밤새 긴장하고 걱정했었던 일들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 밤에도 또 초인종이 저 혼자 울린다면 안 놀랠 자신이... 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