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vs 갱년기

by 갱구리

무슨 말만 하면 1절만 하란다.

내 말이 애국간가...

하려는 말을 중간에 탁 가로막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그쯤 하란다.

일종의 거부를 당했고...

내가 하려는 말이 잔소리 취급 당했고...

지겹다는 듯,

뻔하다는 듯,

짜증난다는 듯한

그의 말투가 내 심정을 팍~ 상하게 했다.

항상 내가 하는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여 주었던 사람이 요사이 변했다.

무안했다.

당혹스럽기도,

어떤 배신을 당한것 같기도 했는데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일순간 화로 돌변했다.


그와 내가 나누는 대화 중에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내용이 얼마나 되던가.

뻔한 얘기, 시시콜콜한 얘기, 사소해서 안해도 그만, 해도 그만인 말까지 온통 그런 주제들이 대부분이건만.

최근들어 그는 내가 진지하게 하려는 말은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중단시켜버린다.


그의 말대로 나의 잔소리가 늘은걸까...

나의 느낌대로 그의 마음이 변한걸까...


치솟던 화를 다스리다 늘 그렇듯 또 내게서 잘못을 찾았다.

성인이 된 아들들이 손님같이 어려워지고 하고 싶은 잔소리를 목구멍까지 올리고도 참다보니

세상 편하고 만만한 남편에게는 참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니 이제 갱년기에 접어든 남편 역시 견디기 어려웠을 테다.

사소한 것 까지 챙기고 당부하며 거듭해서 얘기하였던 것들이 오히려 버거웠지 싶다.


안방 침대에 누워 있어도

부엌 한 켠에서 아무 생각없이 내쉬는 나의 한숨에

"왜... 무슨 일인데...?"하고 여전히 즉각

반응해 주는 그가 사랑스럽다.


그래 의식하고...

... 1절만 해야겠다.

애국가도 4절까지 부르면 힘드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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