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그녀

2011.07.14

by 갱구리

병원 가는 13번 마을버스. 지하철 역 부근에서 아가씨가 한 명 올라탔다. 한가한 버스 안... 건너편 두세 칸 앞자리에 털~썩 편하게도 앉는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에 그녀가 오를 때부터 왠지 그녀 얼굴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 그 주변이 환하게 밝은 느낌이었는데... 무심한 뒤통수에도 반짝반짝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내 시선을 잡아놓고 있었다. 흐늘흐늘 대충 묶어 올린 똥머리, 뒷목덜미로 자연스레 흘러내린 몇 올의 무질서한 머리카락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하얀 반소매 티셔츠 아래 길고 가녀린 팔뚝과, 짧은 핫팬츠 덕분에 시원하게 드러난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유독 희고 눈부셨다. 그 흔한 귀걸이도 안 했고 심지어 메이컵도 안 한 맨 얼굴(!!) 임에도 그녀는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그 자체로 내 눈엔 빛나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를 저토록 빛나게 만드는 것일까.... 저렇게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걸 그녀 자신은 알고 있는 것일까???

단지 젊고 어리다는 이유만일까? 그녀가 공들여 꾸미지 않아도 이미 타고난 미인이라서일까...?


내가 그녀처럼 흐늘흐늘 똥머리를 하고 머리카락 몇 올을 자연스레 내린다 해서 그게 과연 저토록 사랑스러워 보일까...??? 이제는 더 이상 가녀리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팔과 다리임에 상상 속에 대입이 불가한 현실... 맨 얼굴로 거릴 나돌아 다녔다간 내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그래서 하고 나가는 메이컵도 갈수록 점점 진해지고 있다는 사실. 귀걸이를 옷에 깔 맞춰 나름의 멋을 부려도... 그래... 차라리 귀걸이가 튀지... 귀걸이만 튀지... 나란 존재와 귀걸이는 별개... 조화롭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도 한때는 저토록 싱그럽고 푸르렀을 터인데... 굳이 꾸미지 않아도 반짝거리고 환했을 그런 나이가 있었는데... 그 시간을 지나며 나도 내가 그런 줄 모르고 나이를 먹었다. 다시 되돌릴 수도 건너갈 수도 없는 그 시간 대신... 이제 앞으로의 내 삶이 젊은 시절 그때와 또 다르게 반짝일 수 있도록... 겉은 포기하고라도... 내면만이라도 반짝반짝거릴 수 있도록... 더 이상 어리지도 젊지도 않은 나여... 그래... 그렇게... 부디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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