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커다란 소음에 깜짝 놀라 깼다. 잠결이라 상황파악이 안 되어 허둥거렸는데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는 무슨 소린지 인지를 못하고 침대를 내려서다 침대 옆에서 약풍으로 돌고 있던 서큘레이터를 넘어뜨릴 뻔하였다. 문제의 소음을 일으킨 것은 어두운 방안 구석에 섰는 시꺼먼 무선 청소기. 저 혼자 켜져서 그 밤에 엄청난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일단은 아랫집에 피해가 갈 것에 마음이 급해 허둥지둥 불 켤 생각도 못하고 어둔 방구석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겨우 전원버튼을 찾아 눌러 껐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쯤... 아니 도대체 가만있던 청소기가 왜 이 밤에 지 혼자 켜져서 이 난리였지...???
'... 누가 있나...???'
갑자기 머리털이 쭈뼛 서고 몸이 굳었다. 괜히 어두운 방 안을 한번 휘이 둘러보고 서둘러 머리맡의 조명부터 탁~ 켰다. 혹시나 저절로 켜지는 소란이 또 일어날까 싶어 배터리를 일단 분리해 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났고 그대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아침을 맞았다. 아침을 먹고 난 후 분리해 놓은 배터리를 다시 조립하면서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싶어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뭐... 살펴본들 알 수도 없었고.
생각해 보니 작년 여름에도...
역시 한참 자고 있던 새벽. 갑자기 "휘이잉~~~~"하는 소음과 함께 강풍이 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자다 말고 너무 놀래 벌떡 일어나 일단 조명부터 얼른 켰다. 자는 동안 약풍으로 켜 놓았던 침대 옆 서큘레이터가 어쩐 일인지 지 혼자 숫자가 막 올라가 최대치의 강풍을 일으키며 엄청난 기세로 회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창문 블라인드가 크게 흔들거리며 창틀과 부딪혀 탁탁 소리를 내고 침대 헤드에 붙여놓은 낱장 달력도 센 바람에 이리저리 맹렬히 펄럭거리고 있었다. 그때도
'... 누가 있나...???'
강풍에 시원해진 방 안이 어쩐지 더 오싹해지며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아침을 먹으며 지난밤 청소기 소란에 대해 자다 말고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새삼 어이없어하자
"엄마, 동수가 그랬네요. 동수..."
"... 동수???"
국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국을 떠먹던 곰식이가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말했다.
... 동수
곰식이, 곰돌이가 지구 지키던 시절.
"이거 누가 그랬니???"
하면, 으례히 녀석들은
"제가 안 그랬어요"
"... 저도 안 그랬어요"
서로 자긴 안 그랬다고 부인부터 해댔다. (이 녀석들 좀 보소?)
"... 그래??? 곰식이도 안 했고 곰돌이도 안 했으면 그럼 누가 한 걸까?
우리 집에 동수가 사나 보다. 동수가..."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녀석들을 회유하고자 아무 생각 없이 급조했던 그 이름. 동수.
그때부터 우리 집엔 그 얼굴도 형체도 모르고 이름만 아는 동수가 아이들 자라는 동안 가끔씩 등장했다.
잘 놔둔 뭔가를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올 때
"엄마~ 동수가 가져갔나 봐요."
귀신이 곡을 해야 할 판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던 그 동수.
한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군필 청년 아들 입에서 새삼 소환된 그 동수.
갑자기 현관 센서등이 번쩍!! 환하게 켜졌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곰탱씨, 곰식이, 나... 일제히 번쩍 불켜진 현관을 동시에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