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 주 그런대로 괜찮더니 다시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등짝부터 후~끈해지면 뒷목으로, 두피로, 얼굴로 열이 점차 오르기 시작해서 인중과 코 양 옆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드디어는 머리밑에서도 목덜미에서도 가슴팍에도 등에도 줄줄~ 땀이 흐른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폭염과 장마가 한창인 이때, 수 초에서 수 분간 하루에도 몇 번씩, 갑자기, 순식간에 '예열발열스팀식음'을 반복 중이다. 그렇게 열이 마구 오르고 줄줄 땀이 흐르며 옷 안이 후끈 열기로 가득 찰 때는 열 오른 신체 어느 한 부위 정도는 이대로 쪄지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워낙에 한 여름 더위에도 속옷은 제대로 꼭꼭 챙겨 입어야 맘이 편한 사람이나 갱년기가 시작된 작년과 올해 여름은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을 때의 상의는 그냥 검은 면 티 한 장이 되어버렸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더워 더워"를 입에 달고 사는 바 곰탱씨에겐 이제 이런 차림새가 부끄럽지도 않지만, 곰식이가 식사하러 올라올 때는 앞치마로 위장(?) 그냥 넘기는 중이다. 처음엔 힘들어도 꼭 속옷을 꾸역꾸역 챙겨 입었더랬다. 하지만, 그 얇은 끈이 살을 옥죄면서 어깨에 없던 통증까지 생기고 가슴팍엔 불이 나 금세 땀이 차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쯤은 통증과 열감을 못 이겼고 한 줌 될까 말까 한 그 살집, 그냥 자유하라~ 그러고 더운 여름은 이렇게 나는 중이다.
관절도 아프다. 마치 관절관절마다 녹이 슨 것 같다. 기름칠이라도 좀 해줘야 원활하게 움직일 것 같은 기분이다. 무릎과 손목 관절을 시작으로 이제는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빠짐없이 저릿하고 뻣뻣하고 아리다. 아기 때나 했을 손가락 폈다 접었다 잼잼놀이(?)를 나이 50이 되어 다시 하고 있다.
앉고 일어서는 세상 단순한 그 동작도 덩달아 이제 매우 버겁다. 거대하나 세상 가벼웠던 나의 엉덩이는 이제 온 바닥이 엉덩이에 털썩 달라붙은 듯 세상 무거워진 지 오래다. 앉으며 "아이고" 일어서며 "아이고" 자연스레 새어 나오는 신음은 세트다. 세트.
떠나려는 버스, 얼마 남지 않은 신호등을 보고 뛰지 않은지도 한참 되었다. 갑작스런 전력질주는 이제 이 나이엔 해롭다. 소싯적 100미터를 15초대에 주파하던 자신감으로 뛰어봤자 발목만 저~릿.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경험 이후 급할 것 없이 그냥 다음 버스, 다음 신호를 기다리고 만다.
초저녁 TV가 왕왕대고 있는 와중 꾸벅꾸벅 졸며 살캉 선잠도 잔다. 남들 아직 다 자는 이른 새벽 발라당 홀라당 말짱하게 잠이 깨선 거실 식탁 주변을 탑돌이 하듯 돌기도, 살금살금 조용히 옥상에 나가 유령처럼 앉아서 해가 떠오르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원래도 근심걱정은 사서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갱년기에 접어들고 어째 더 가슴은 동당동당 불안하고 편안한 날이 없다. 내 인생 통틀어 요즘같이 평온한 날들도 드문데 왜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한 채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더해 무기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진짜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만사가 귀찮기만 하다. 주어진 에너지가 10쯤 있었다면 이제 다 써버리고 1이나 2정도 남아 기본적인 것만 하며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욕 만땅 에너지 만땅인 사람 옆에는 이제 가기도 싫다.
맑았던 하늘이 잠시 어두워지고 샤워기 수압을 최대치로 틀어놓은 듯한 비가 쏴아~~~~~ 쏟아진다. 부리나케 튀어나가 복도 창을 닫고 옥상 작물들 위로 방수포를 꼼꼼히 덮어주고 돌아서니 놀리듯 다시 해가 쨍~ 해진다. 그 짓을 요 며칠 반복하고 나니 '뭐... 인삼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아 몰라... 하늘 장단 맞추기 힘들다. 비가 오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자.' 그새 빗물 들어간 장화를 벗어 거꾸로 집어 들고 탈탈 털어가며 혼자 구시렁구시렁 하다가 예측하기 힘든 요즘 날씨가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고 내리는 내 기분과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정도차이는 있을 뿐 갱년기에 접어든 모든 여성들 대부분이 힘겹지만 묵묵히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일테다. 혼자 앓는 갱년기인 것처럼 유난 떨진 말아야지...
문득, 툭하면 바락바락 승질만 내던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그땐 그런 엄마가 이해가 되질 않았고 덕분에 아빠랑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게 된 원인제공자 정도로만 치부했었는데... 이쯤 다시 생각해 보니 엄마도 그때 갱년기를 지나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몰랐다. 동생들도 몰랐고 아빠는 관심도 없었다. 아마도 엄마 본인만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그 시간들을 지나온 것 같다.
나는 식구들에게 협조를 좀 구해야겠다. 갱년기라는 걸 지나고 있는 중이라 감정도 신체도 내가 어쩌지 못할 때가 더러 있으니 조금씩만 이해해 달라고, 언제 끝날지 모르고 지금보다 증상들이 더 심해질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슬기롭게 잘 지나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