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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킨무무 Aug 02. 2024

행복은 따스한 타피오카처럼

<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_요시모토 바나나, 수피 탕 그림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이 반갑다. 그녀의 작품을 읽은 지 근 20년은 된 듯. 요새는 이런 에세이를 많이 쓰나 보다. 여전히 서정적이고 따뜻한 문체에서 이제는 엄마가 된 그녀의, 다 커버린 아이에 대한 애틋함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역시 따뜻함이 주는 매력이 있다.


"사랑은 변함없이 여기 있어도, 형태는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가 없는 집에서 저녁 때가 되었는데도 타피오카 음료를 쭉쭉 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그때 후련할지, 허전할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삶이 지나가는 과정을 애틋하게 여기리란 것은 분명하리라."p.66


"네가 연인과 먹는 밥이, 언젠가 '가족'이 먹는 밥이 되기를.

그리고 그 축적이 둘도 없는 지층이 되어 너의 인생을 빚어 가기를. 가능하면 그 인생이 행복하기를.

촛불을 밝히고 맥주나 와인을 마시면서,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늘 똑같은 사람들과 먹는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순간의 행복은, 인생의 수많은 행복 중에서도 상당히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행복도,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사랑이 너의 세계에 있기를."p.72


누군가에게 오롯한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었기에 피차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는 것, 누군가의 인생에 새겨질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신비로운 경험은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겠지. (흠, 우리 아이들의 인생의 맛은 냉동치킨너겟의 맛이려나? 흑흑.)


애들아, 인생은 한 번뿐이니, 가능하다면 행복해져라. 언젠가 올 독립의 날에 서운함과 허전함보다는 너를 위한 기쁨과 나를 위한 자유를 느끼고 싶단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삼겹살과 소주로 할게.(엄마,아빠만 행복한 메뉴지만 다 그렇게 대를 이어서 반복하는 것이니 너무 섭섭치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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