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빌렸는데 김보영 작가의 스텔라 오딧세이 트릴로지 중 3권이다. 마지막 권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네?
작품은 성하라는 시간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하며 기, 승, 전, 합의 총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성하는 엽록소를 포함하고 있는 나노로봇을 혈관에 삽입시켜 음식물 섭취 없이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형 우주인이다. 그는 (아마도) 우주에서 태어났기에 중력에 취약하며 식욕도, 색욕도, 물욕도 없는 인물로 오로지 끊임없는 우주에로의 지적 욕망만이 가득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원하는 것은 광속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끝으로 가는 것. 계속해서 미래로만을 향하는 그에게 닥칠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작품 내에서 수차례 인용하며 그것이 이 작품의 큰 모티프였음을 알린다. 그것뿐이랴, 성하의 소지품(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으로 실물 책 <파우스트>가 등장하며 세 번째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파우스트>의 그것과 동일하다. 언제나 열망하며 노력했던 파우스트가 종국에 구원받았듯이 성하 역시 그럴 것인지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빛의 곡률로 인해 아무리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와 진다던가, 그러므로 미래로 나아갈수록 다시금 과거와 조우하게 된다던가 하는, 이게 과학인지 철학인지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지점이 좋았다. SF를 읽다 보면 결국 철학과 맞닿게 되는데 그것은 두 카테고리 모두 우리 존재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