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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멀리서 별들을 관측하는 사람들

<레 미제라블 5>_빅토르 위고, 민음사

by 피킨무무





즉흥적으로 시작된 바리케이드 혁명은 공화정과 진보를 꿈꾸던 이들의 예정된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그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수하며 주권자로서의 자유를, 투표권과 교육권의 평등을, 그리고 인류에 대한 연민을 꿈꾼다.


나는 잠깐 이들이 왜 이토록 패배가 자명한, 마땅히 죽음으로 연계될 것을 뻔히 아는 그런 싸움을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죽지 않을 기회가 있음에도 목숨을 바치는 것. 그것은 "오직 이상을 위해서이"p.122다. 또한 "누군가는 꼭 패자들 편에 서야"p.120하기 때문이다. 이 결국은 실패하고야 마는 "미래의 위대한 시험자들"p.120은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는다. "반란은 열광"이고, "열광은 분노할 수 있다."p.122 청춘과 혁명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리라. 때문에 미래를 위하여 현재의 목숨을 바치는 앙졸라 패거리의 최후에 마음이 뭉클하다.


"사람들은 혁명가들이 공포를 퍼뜨린다고 비난한다. 모든 바리케이드는 폭행 같다. 사람들은 그들의 이론을 규탄하고, 그들의 목적을 의심하고, 그들의 속셈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양심을 고발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지배적인 사회현실에 대해 산더미 같은 불행과 고통, 무정, 비탄, 절망 등을 높이 쌓아 올리고, 밑바닥에서 암흑덩어리들을 끌어내 거기에 총안을 만들고 거기서 싸운다고 비난한다."p.120


하지만 그러한 혁명가들이 있기에 우리는 전진할 수 있다, 진보할 수 있다. 그들이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는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대개 "선량한 의도로 만들어져 있다."p.121 언젠가 그 이상이 실제가 되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면 그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세상에는 별들을 관측하듯이, 아주 멀리서 명예의 규칙을 관측하는 사람들이 있는거야."p.131


죽기 직전 최후의 공격에서 푀이가 왜 사람들이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느냐고, 왜 돕지 않느냐 투정 어린 농담을 할 때 콩브페르가 이렇게 대답한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 그들은 그들의 이상을 실천했기에 명예롭다. 우리는 이제 아주 멀리서 위대한 별이 된, 그들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러본다. 앙졸라, 콩브페르, 보쉬에, 푀이, 졸리, 쿠페르락, 가브로슈 그리고 이름을 남기지 않은 모든 혁명가들이여, 편히 쉬길. 당신들이 바라던 세상은 여전히, 느리지만 확실히,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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