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포는 슬픔과 맞닿아 있다

<적산가옥의 유령>_조예은, 현대문학

by 피킨무무







이제 장르소설하면 믿고 보는(?) 조예은 작가의 호러장편이다. 본격호러라고 하기엔 전체적 분위기는 공포보다는 스산함에 가깝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적산가옥의 오래된 나무 계단이나 문틀의 삐걱거림이 호젓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이해서 공포장르에 잘 어울린다.


이 작가님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매우 다양한 형태의 판타지장르를 쓰는데 나름 다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는 것. 물론 그렇기에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겠으나 비극적 엔딩도 궁금합니다, 작가님, 크크. 이 작품 역시 호러를 표방했으나 고통을 참아내며 복수의 날을 기다리는 소년과 그를 혐오하면서도 동정한, 그리고 이해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로 끝은 매우 애잔하고 애틋하기까지 하다. 역시 공포는 슬픔과 맞닿아있다.


"이 아랫방에서 잉어가 죽었다. 동시에 아이러니해졌다. 한 층 더 아래에는 부엌이 있고, 이 집에서 나가 30분을 죽 걸으면 수산시장이 나온다. 매일같이 죽어가는 무수한 물고기들이 있는데, 왜 잉어의 모습은 그토록 충격적이었던 걸까. 단지 장소의 문제인가. 부엌의 도마나 시장의 매대가 아닌, 단정한 책상 위에 올라 있어서? 결국 기분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미물의 죽음에 대한 감상이란 어쩜 이리 얄팍한지. 하기야 사람 목숨 역시 미물처럼 사그라지는 세상이었다. 내 목숨도 그 잉어와 다르지 않겠지."p.58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 세 사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