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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은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사랑 같다

<칠월과 안생>_칭산, 한겨레출판

by 피킨무무







"그녀는 깊은 산속의 절에서 불상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저들은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것도 알까?"

그리고 뒤돌아 까치발을 들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어둡고 서늘한 법당의 텅 빈 처마 사이로 바람과 햇살이 소리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 순간 행복은 무너졌고, 삶은 일렁이는 욕망과 끝없이 따라붙는 죄의식을 짊어지게 되었다."p.64


칠월과 안생은 열세 살 가을에 만났다. 내 머릿속에서 칠월이라는 이름은 삶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를, 안생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느낌이나 이 둘은 이름이 서로 바뀐 것 아닌가 싶게 이미지가 상반되는 인물들이다. 안생은 정착하지 못하고 내내 떠도는 삶을 살며 칠월은 그와 달리 안정된 삶을 꿈꾼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소녀는 서로의 아픔을 주목하고 공감하며 우정을 키워나가지만 가명이라는 남자와 동시에 사랑에 빠지며 파국에 이른다. 하지만 서로 깊이 사랑했던 이는 결국 칠월과 안생이 아닐까. 어떤 사랑은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사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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