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현상청 사건일지>_이산화, 안전가옥
"기이현상청이 온갖 불온하고 위험하고 수상쩍은 초자연적 존재와 현상, 이른바 기이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의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들 소관이다. 특수예산과의 일이란 그 업무에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투입되어야 마땅한지를 결정하는 것.(...)
"보자, 우리가 처리해야 할 게 예순 세 건이거든요? 쉬운 것부터 하죠. 신규 발생 기이 관리 예산안 항목 아래 보시면, 강남 오피스텔 한 층을 통째로 장기임대 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따로 책정되어 있더라고요. 중요한 보안 시설인가 해서 확인해봤더니 그냥 사람들 사는 데였고요. 이 임대 목적이 정당한지 아닌지 확실히 하고 싶은데요. 하필이면 이게 부동산 문제라, 국회에서도 분명히 말 나올 거라서."p. 11
"애시당초 기이현상청이라는 조직의 출범 계기부터가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라는 2004년 당시 서울시장의 발언으로 인해 서울특별시의 영적 균형이 흔들리며 빈발하기 시작한 수도권 기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었으니, 조직 역량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에 할애되어 버린 상황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p.97
당신이 촉이 좀 좋은 공무원 지망생이라면 기이현상청에 지원을 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일정량의 사명감과 풍부한 상상력 역시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무조직의 활약을 엮은 이 책은 연작소설의 형식을 빌어 기이현상청을 중심으로 초자연적 기이 현상과 원인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산재하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점도 과감하게 드러낸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작품의 뒤 쪽에 달린 작가의 말과 프로듀서의 말이었는데, 둘 다 기이현상청이라는 공무조직의 존재에 대한 컨셉을 뚝심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점이 신박하고 웃긴다. 끝 모를 상상력과 컨셉충실도가 이 정도 까지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