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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세계의 허울

<The giver>_Lois Lowry, Clarion Books

by 피킨무무





갈등이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 완벽하게 정의로운 세상. 이상적으로 들리는 이 세계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커뮤니티라는 세계다. 모두는 개인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할당되는 직업에 종사하며 커뮤니티의 발전에 기여한다. 배우자와 가족구성원도 의회의 결정에 따른다. 이상적인 4인 가족이 기본구성이며 커뮤니티에 불만이나 회의를 가진 자는 언제든 방출된다.


주인공은 이제 12살이 된 소년, 조나스로 방금 리시버로 임명되었다. 리시버는 커뮤니티 내 존재하는 수많은 직업 중에서도 가장 신성시되며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커뮤니티 안에서 단 한 명만이 이 신성한 직업을 맡을 수 있다. 조나스는 곧 기버라고 불리우는 한 남자와 은밀한 수행을 시작한다. 과연 기버와 리시버는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명료한 단어를 사용하라는 가르침의 의미는 반대로 감정적이고 모호한 것을 배제하라는 뜻이다. 전쟁, 기아, 고통,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자 결국 행복, 사랑, 희망 같은 긍정적 감정까지 싸그리 없애버리는 최후의 선택을 한 최초의 누군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상상해 본다.


얼핏 보면 평화로워 보이는 커뮤니티는 공산주의의 이상세계처럼 보인다. 이 매력적인 설정은 공산주의 체제 혹은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함이려나. 방출의 의미가 체제에 반목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이를 미리 골라내어 살해하는 것임을 깨닫고(나도 덩달아 입을 틀어막음) 탈출을 감행하는 조나스의 마지막에 와서야 작가는 작품 내내 존재하지 않았던 선택지를 독자들에게 준다. 조나스는 결국 새로운 세계를 찾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선택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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