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_ 문경민, 문학동네
제 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대학만 가면 지겨운 이 집을 훌훌 털어 떠나 나를 옭아매는 과거 따윈 싹뚝 끊어내고 오롯이 혼자 살고 싶었던 유리, 이름과 달리 씩씩하고 독기도 있는 주인공이 보기 좋다. 입양, 부모님의 이혼, 보호자의 사망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부대끼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버거운 삶으로부터 가벼워지는 법을 배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촘촘한 이야기 구성이 좋았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컸다. 고립되고 외로웠던 존재들이 가족이라는 틀 안으로 들어오는 설정은 참으로 따뜻하나 동시에 유리의 발을 묶는 족쇄로서 작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우가 앞선다. 평소 서정희를 나쁜 엄마로 평가하는 유리 앞에 바로 그 서정희에게서 버림받은 어린 연우를 데려다 놓는 설정은 본인 역시 서정희와 같은 나쁜 보호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녀와 달리 좋은 보호자가 될 것인가에서 후자를 은근히 강요하는 꼴이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연우에게서 훌훌 떠날 수 없게 하는 작가님, 너무 잔인하신 거 아닙니꽈?
물론 청소년 소설로서 이 엔딩이 적절하고 착한 엔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가족이라는 전통적 틀에 너무 많은 가치 부여를 하는 것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고향숙 선생님의 말마따나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p.207 고 개인의 사정이란 너무나도 다양해서 알지 못하는 것일 텐데 말이다.
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엔딩을 기대한 것은 내가 너무 자라 버린 어른이자 시니컬한 속물 독자이어서겠지, 흐규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