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아이러니

<슬픔의 모양>_이석원, 김영사

by 피킨무무







갑작스레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며 느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다룬 산문집이다. 초반 아버지의 부재를 상상하며 슬픔에도 모양이 있다면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은 슬픔에 빠졌다가도 아버지의 황당할 만큼의 철없음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시대의 아버지는 다 그러나? 하나부터 열까지 어머니가 그를 돌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라는 부분에서 우리 아버지를 자연스레 떠올렸다.)에 대한 원망과 회의가 오락가락하는 부분은 간병을 겪고 있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단 간병이 아니더라도 어느샌가 나이 들어 노쇠한 부모가 안쓰러워 잘해드려야지, 다짐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울컥 짜증을 내고야마는, 영원히 철없을 자식의 입장에서 얼마간의 위로와 해일과도 같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어쩌다 한 번씩 안쓰러울 만큼 소극적으로 나를 붙드는 아버지를 달래느라 건네던 인사가 '또 올게요, 아버지'였는데. 그걸 여기서 다시 하게 될 줄이야.

매일 저녁 아버지 방에서 그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나는 젊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사람의 노년의 외로움을 생각했고, 젊어서와는 달리 오로지 티비만을 상대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늙은 아버지의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p.84


" 이번에 아버지 일을 겪으면서 나는,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나는 사람들이 이 길고 번잡한 삶을 살다가 늙어서 설령 말기암 같은 중병에 걸린다 하더라도, 고통스러울지언정 치료를 택해서 삶의 연장을 노려볼 것인지, 아니면 치료를 포기하고 얼마 안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다 갈 것인지 등의 문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p.146


"부모는 언제나 우리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교훈을 준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p.188


"내게 가족이란 늘 행복한 지옥이거나 지옥 같은 천국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한 한 번도 중간은 없었다."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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