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스토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버블>_조은오, 창비

by 피킨무무






이 세계는 중앙과 외곽으로 구분된다. 분쟁과 갈등으로 한 번 멸망했던 인류는 그 모든 원인을 제거하고자 사적인 교류를 원천봉쇄하는 정책을 펼친다. 각자만의 버블 속에서 보호(라고 쓰고 감시라고 읽는다.)받으며 타인과의 교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시각이 주는 나와 다른 외모정보 역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타인과의 만남에서는 눈을 감도록 교육 받는다.

중앙 거주자들은 이토록 완벽한 정적과 단절에 적응된 자들로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나 대체로 만족하며 지낸다. 외곽은 중앙과 달리 번잡하고 갈등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 온영이 진실을 의심하면서 완벽한 중앙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설정 면에서 <기억 전달자>가 많이 떠오른다. 다만 <기억 전달자>의 커뮤니티와 외부세계는 좀 더 크고 정치적인 느낌이고 이 작품에서의 중앙과 외곽의 의미는 작고 개인의 정서에 치중한 느낌이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면 E가 되고 싶은 I의 일탈이라고 할까?(농담입니다.)

다시 말해 버블로 상형화된 자신만의 세계인 알을 깨고 바깥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찾는다는 것인데, 이제 외곽을 탐험하고 온 온영과 그 친구무리들이 과연 중앙을 전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그 이야기가 메인이 돼야 되는 거 아닐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나 더, 온영과 한결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이름은 아마도 사랑일진대, 그 과정이 너무 빠른 데다 시각적 정보에 많이 의존하지 않았던가 싶은. 뭐, 열여덟 귀여운 풋사랑의 시작이 모두 그러하다고 본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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