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충 박멸기>_이진하, 열린책들
""엄마가 말이 없어서 그런가?"
시어머니가 현이를 어르며 이렇게 말했을 때, 남편은 <잘 모르겠네>라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말했냐고 따졌다. 하지만 그때도 남편의 대답은 똑같았다.
"모르겠어."
남편과의 대화는 늘 그런 식으로 끝나곤 했다. 나는 궁금했다. 왜 그는 모를까. 그리고 어떻게 계속 모를 수 있을까."p.256 <니카, 니카> 중에서
<털이 뭐길래>,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등의 동화로 유명한 이진하 작가의 엽편소설집으로 짧은 이야기 27편이 실려있다. 대외적으로는 유쾌하고 웃긴 이야기들인데 그 안에 교육, 취업, 출산, 육아 등 현실적인 부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피식 나오는 웃음이 마냥 달지만은 않다.
크리스마스 특근수당을 위해 자발적으로 착취당하는 세속에 찌든 루돌프가 내게 내미는 크리스마스 선물, 외로운 아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그 좋아하던 똥도 끊었다는 개의 아내를 향한 절절한 사랑 고백에 깔깔거리며 동화적 환상세계를 느끼다가도 그 속에 깃든 현실을 깨닫는 씁쓸한 웃음이랄까. 현실은 마냥 동화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